이란, 테헤란 주,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
Azadi Stadium, Tehran, Tehran, Iran
ورزشگاه آزادی
2016-10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 1-0 대한민국
@아자디 스타디움, 테헤란
굳이 이란에 10월에 간 이유이자, 이란 여행의 최대 하이라이트였다. 바로 그 유명한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월드컵 예선 - 대한민국과 이란의 경기를 보기 위해 테헤란에 갔다.
(2022년 이전까지) 이란은 남자축구 경기에는 남자 관중만, 여자축구 경기장에는 여자 관중만 받는 매우 보수적인 국가였다. 그래서 이날 경기장에 온 8만 명의 관중은 (극소수의 한국 여성을 제외하고) 모두 남성이었다. 현재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란 모두 관중 규제를 해제했으니 이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이 됐다. 8만 남성의 일방적 홈 팀 응원에 더해져, 아자디 스타디움이 위치한 테헤란이 산소가 희박한 해발 1300m 고지대에 위치해있다는 점 때문에 아자디 스타디움은 '원정팀의 지옥'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특별하게도 이날 경기는 이란의 국교인 이슬람 시아파의 최대 연례 행사이자 추모일인 '아슈라(Ashura)' 기간에 열린 경기였다. 아슈라 기간에 이란 사람들은 온갖 추모 의식을 하고 엄숙해진다. 그래서 (현지인 말에 따르면) 보수적인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이날 축구경기를 하는 게 바람직한 일이냐고 비판했다고 한다. 추모 기간 답게, 평소 이란 팀의 홈 경기와는 달리 관중들이 흰 옷이 아닌 검정 옷을 입고 있는 또다른 진풍경을 볼 수 있다.
테헤란에 도착하고 나서도 티켓을 어떻게 구하는지 방법을 몰라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주 이란 한국 대사관 홈페이지에 공지가 올라왔다. 친절하게도 무료 단체 왕복버스와 원정석 입장 서비스를 제공해준단 내용이었다. (대한민국 만세) 이렇게 가게 된 한국인 팬들과 교민들은 다 합쳐서 이백여 명 남짓이었다.
경기 결과는 아쉬웠지만, 아자디 스타디움이라니! 축구팬으로서 하기 쉽지 않은 경험을 해서 참 영광이었다.
경기 끝나고 한국 교민 버스를 둘러싸고 이란 차량들이 엄청나게 나팔을 울려대며 이란 응원을 해서 피곤한 나를 잠도 못 자게 하긴 했지만, 신나는데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때 이후로 이란은 호감이어서, 2019년 UAE 아시안컵에서나,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이란 경기를 볼 때면 이란에 마음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