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쿤디나마르카 주, 보고타 Bogotá, Cundinamarca, Colombia 2017-02
나의 첫 라틴아메리카, 보고타
고등학생 때부터 나의 꿈은 남미 여행이었다. 나름 확고한 꿈이라 고등학교와 대학교 1학년 때 초급 수준의 스페인어도 배웠다.
그러던 2017년 2월, 인천-뉴욕 왕복 항공권을 아주 싸게 구한 덕에 미국과 그 주변국을 한달간 여행할 기회가 생겼다. 그래서 이때 처음으로 라틴아메리카 국가인 쿠바(Cuba)를 가보기로 생각했다. 마침 2016년 미국과 쿠바의 화해가 이루어져 쿠바 여행이 비교적 편해진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후 미국-쿠바 관계가 나빠져 2021년 미국은 쿠바를 테러지정국으로 지정한다. 내 쿠바 여행은 한정판 타임어택 여행이었던 셈이다.)
뉴욕에서 쿠바 아바나(Havana)에 가는 항공권을 찾던 중, 기묘한 항공권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뉴욕 JFK 국제공항에서 출발하여,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를 21시간 경유해서, 쿠바에 도착하는 항공권이었다. 북아메리카에서 북아메리카를 가는데, 남아메리카를 경유하는 신기한 노선이었다. 의외로 가격은 10만원 이내로 저렴했다! 콜롬비아의 대한항공 격에 해당하는 아비앙카(Avianca) 항공사의 노선이었는데도 말이다.
사실 쿠바는 라틴아메리카이긴 하지만 남아메리카는 아니지 않은가? 나는 항상 남아메리카에 대한 동경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남미를 잠깐이나마 체험해보자는 생각에 콜롬비아를 잠시 들르는 이 항공권을 선택했다.
보고타 엘도라도 국제공항 도착 시각은 오후 12:10, 그리고 다음날 출발 시각은 오전 9:25였다. 콜롬비아 치안에 대해 안좋은 말이 많았었고, 나도 이때는 중남미 여행이 처음이었기에 위험은 피하고 싶었다. 해가 지기 전 속전속결로 여행하고 다시 공항으로 돌아와 밤을 보내고자 계획했다.
택시로 곧장 향한 곳은 해발고도 3190m의 몬세라테(Montserate) 산이었다. 보고타는 그 자체로 해발고도가 2600m으로 높은데, 몬세라테는 보고타 시내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수 있었다. 이때까지는 3000m 이상의 고산 지대에 가본 적이 없어서, 다른 곳은 못 가더라도 몬세라테만은 가고 싶었다.
참고로, 몬세라테에 관해 조사하던 중 몬세라테를 등산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는 글들을 많이 읽었다. 보고타의 치안이 안좋아서 등산로에서 총기 강도를 당할수도 있고, 시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고...
럭비! 한국에선 생소한 스포츠이고 흔히 미식축구와 혼동되기도 한다. (미식축구와의 차이는 여기서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럭비는 연세대와 고려대의 정기전(연고전)의 5개 종목 중 한 종목이다. 난 연고전을 보며 럭비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종종 럭비를 보러 가고 싶었지만, 국내에서 럭비는 너무나도 비인기 종목이어서 경기를 찾기 쉽지 않았다. 관중이 1,000명 이상 들어오는 럭비 경기는 국내에서 1년에 한 번 열리는 연고전이 유일할 것이다. (그마저도 대부분 학생들은 규칙을 잘 모른채 보지만... ㅜㅜ)
일반적인 '럭비'라고 말하면 15인제로 열리는'럭비 유니언(Rugby Union)'이라는 종목을 말하는 것이다. 4년마다 열리는 럭비 월드컵, 뉴질랜드 대표팀 '올 블랙스(All Blacks)'의 선수들이 전통춤 하카를 선보이는 모습, 연고전 럭비 등 사람들이 상상하는 대부분의 럭비는 15인제인 럭비 유니언 방식으로 치러진다. 여기서 파생된 짧은 시간 길이의 7인제 경기도 있다.
하지만 20세기 초 풋볼 계열 스포츠의 분화 과정에서 럭비 유니언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된'럭비 리그(Rugby League)' 라는 종목 또한 존재한다. 이름에 리그(League)가 들어가지만 대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럭비 리그' 자체가 하나의 종목을 가리킨다. 럭비 유니온과 두드러지는 차이가 있다면, 럭비 유니온은 15인제이지만 럭비 리그는 13인제이고, 스크럼이 없는 등 규칙이 일부 다르다.
요약하자면, 럭비 유니온과 럭비 리그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아예 다른 종목이다. '럭비'라고 하면 보통 '럭비 유니온'을 가리킨다.럭비 리그를 지칭하기 위해서는 '럭비 리그' 또는 '리그'라고 불러야 한다.
이탈리아, 라치오 주, 로마 Rome, Lazio, Italy Roma, Lazio, Italia 2019-01
이탈리아 로마를 연고로 하는 축구 클럽으로는 AS 로마(AS Roma)와 SS 라치오(SS Lazio) 두 팀이 있다. 일정을 잘 맞춘 덕에 4박 5일 동안 로마를 여행하면서 두 팀의 UEFA 챔피언스리그와 UEFA 유로파리그 경기를 2일 간격으로 모두 보게 되었다.두 팀의 공동 홈구장은 스타디오 올림피코(Stadio Olimpico)인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1960년 하계 올림픽 주경기장이다. 1990년 FIFA 월드컵이 열린 경기장이기도 하다.
1. 스타디오 올림피코에 가려면 바티칸 바로 옆의 로마 지하철역인 Ottaviano 역에서 32번 버스를 타야 한다. 버스로 경기장에 가는 건 다소 혼잡하고 불쾌하지만 시간 여유를 두고 가면 되긴 된다.
2. 로마 서포터즈는 N석을, 라치오 서포터즈는 S석을 나누어서 쓰는 것 같다. 원정팀 서포터즈는 각각의 홈 서포터즈의 반대편을 사용한다.
3. 티켓값이 그리 비싸지 않았다. 챔피언스리그였던 AS 로마 경기는 41,630원, 유로파리그였던 SS 라치오 경기는 27,759원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경기 1 - 화요일>
2018-19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AS 로마 2:1 FC 포르투 (이탈리아 vs 포르투갈) 입장료: 41,630원(최종 인출 금액) 관중: 51,727명
<경기 2 - 목요일> 2018-19 UEFA 유로파리그 32강 1차전 SS 라치오 0:1 세비야 FC (이탈리아 vs 스페인) 입장료: 27,759원(최종 인출 금액) 관중: 19,766명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주, 브라티슬라바 Bratislava, Bratislava Region, Slovakia Bratislava, Trnavský kraj, Slovensko 2022-07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에는 수도로서 특이한 점이 있다. 수도인데도 불구하고 도시의 위치가 슬로바키아의 서쪽 끝에 치우쳐, 오스트리아와의 국경 지대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비엔나)도 오스트리아의 동쪽에 위치한 편이기 때문에, 두 국가의 수도 간의 거리는 차량으로 1시간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군사적으로 이런 수도 배치를 두고 '종심(depth)이 짧다'라고 하는데, 보통 적대적인 나라끼리는 이렇게 수도를 상대국 국경 옆에 두지 않으려고 한다. 수도를 천도하든지(예: 세종시), 상대국을 침공하든지(예: 모스크바) 해서 어떻게든 종심을 길게 확보하려 하는 것이 모든 국가의 본능이다. 그러니 브라티슬라바의 경우는 상당히 특이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현재로서는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두 나라간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0에 가까우므로 큰 의미는 없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세계일주 첫번째 도시인 비엔나의 다음 도시는 브라티슬라바가 되었다. 플릭스버스(Flixbus)를 타고 1시간 25분에 걸쳐 이동했다. 요금은 6유로에 불과했다. 시간이 1시간보다 더 걸린 이유는 중간에 빈 국제공항을 경유했기 때문이다. 두 나라 모두 솅겐 조약의 가입국이기 때문에 국경에서 별다른 절차는 없었다.
이전 도시: 빈(비엔나, Vienna)
사실 브라티슬라바에서 해야 할 일은, 인접 도시에 가서 축구(UEFA 유로파 컨퍼런스리그)를 보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 전에 기차표를 구하고 간단히 도시를 둘러보기로 했다.
기차표를 구한 뒤 언덕 위에 위치한 슬로반(Slovan)이라는 소련군의 2차대전 도시 해방을 기념하는 공원에 다녀왔다. 러시아애들은 이런 걸 남기는 걸 참 좋아하는 것 같다.
Dunajská Streda, Trnava Region, Slovakia Dunajská Streda, Trnavský kraj, Slovensko
2022-07-07
2022-23 UEFA 유로파 컨퍼런스 리그 1차예선 1차전
FC DAC 1904 두나이스카스트레다 2:1 클리프턴빌 FC
(슬로바키아 vs 북아일랜드)
*아일랜드 공화국과는 분리된 '북아일랜드'는 영국에 속하는 지역이지만, 축구에서는 잉글랜드와 별개의 국가로 취급한다.
@Mol Arena
입장료: 12유로(원정석)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Bratislava)에서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뿐이었다. 마침 이날 열리는 UEFA 유로파 컨퍼런스리그 예선 경기를 찾아가서 보는 것. 수도에서 1시간 떨어진 홈팀 DAC FC와, 북아일랜드에서 온 원정팀 Cliftonville FC의 경기였다.
가장 큰 문제는, 킥오프 시간이 너무 늦은 밤이라는 사실이었다. 경기장이 있는 근교의 소도시(두나이스카 스트레다)로 가는 기차는 있지만, 돌아오는 막차가 없었다. 별 수가 없다면 마을의 기차역 주변에서 새벽 4시까지 벌벌 떨며 존버해야 했다. 그나마 나은 선택지는 히치하이킹이었다. (그래서 'Bratislava'가 적힌 종이까지 미리 만들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된다는 근거 없는 믿음이 있었다. 일단 간다고 마음먹고 FC서울 유니폼을 챙겨입고 나왔다. 그때, 다운타운의 한 아이리시 펍에서 단체로 술마시며 응원가를 부르는 아일랜드 팬 한 무리를 찾아냈다. 벨파스트에서 비행기를 타고 와 경기 전 앞풀이(?)를 하고 있던 원정팬 아저씨들이었다. 용기내 그들에게 물었다.
"나도 경기장 갈건데, 너희는 뭐 타고 갈거야?" "혹시 그 버스에 나도 탈 수 있을까?"
그 순간 나는 그들의 "보스"에게 인계되었고, 보스는 내게 술을 사주며 반가워했다. 운 좋게도 내가 입고 있던 붉은색 FC서울 유니폼은 그들, The Reds의 색상과 동일했고, 덕분에 나는 뭘 좀 아는 놈이 되었다. 나는 <손님>이 되었다.
친절한 그들과 수많은 인사를 나누고, 함께 브라티슬라바 올드 타운의 거리를 행진했다. 원정버스에서 맥주를 마시며 그들의 응원가를 들었다.
이날, Cliftonville FC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Belfast)에 3,200석의 작은 홈경기장을 가진 스몰 클럽에서, 대한민국 서울에도 팬을 가진 글로벌 클럽으로 도약했다.
<덤: 그들에 관해> 1. 아일랜드 사투리는 진짜 못알아듣겠다. 같은 영어가 맞나 싶다. 알아듣기가 너무 어렵기도 했고, 가뜩이나 응원 소리로 시끄러웠기 때문에, 대화하려면 내 귀를 그들의 입 바로 앞에 갖다대야 할 정도였다. 진짜로 이것 때문에 며칠 뒤 코로나 걸렸던 것 같다. 2. 팬들은 종일 노래를 불렀다. 경기 전에 도시에서 술마시면서, 버스까지 행진하면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경기 내내, 돌아오는 버스에서도... 경이로운 체력이다. 3. 1879년 창단된 Cliftonville FC은 북아일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팀이자, 유일한 가톨릭 기반 구단이다. 그래서 팬들은 하나같이 스코틀랜드의 셀틱 FC(가톨릭 팀) 또한 응원했다. 셀틱에서 뛰던 기성용과 차두리를 알았다. 그래도 영국인답게 잉글랜드에서 응원하는 팀은 제각각이었지만 하나씩은 갖고 있었다. 4. 이들은 분명 UK Citizen이고 영국 학교를 다니고 영국에 세금을 냈지만 아일랜드 여권을 주로 갖고 있었다(UK/아일랜드 택1). 자세한 내막은 이들도 설명하기 어려워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2005년 이전 북아일랜드 출생자들은 아일랜드 시민권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 지역에서 태어난 사람들에게 국적을 주는 이유와 비슷한 것 같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했기 때문에, 이들은 EU국가인 슬로바키아에 올 때 아일랜드 공화국 여권을 주로 사용했다.
5. 브라티슬라바 숙소로 돌아온 뒤에도 한동안은 아일랜드 팬들의 응원소리로 시끄러웠다. 여기에 잠시 여행 온 사람들은 이 동네는 원래 밤이면 매일 이러는줄 알까?
Alianz Arena, Munich, Bayern, Germany Alianz Arena, München, Bayern, Deutschland
2020-02-05
2019-20 DFB-포칼 16강 FC 바이에른 뮌헨 4:3 TSG 1899 호펜하임 @알리안츠 아레나
관중: 71,500명
독일인의 절반은 바이에른 뮌헨 팬이라는 말이 있다. 독일 최고의 명문 클럽이자, 2023년부터 김민재가 뛰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의 홈경기에 간 이야기다.
1. 바이에른 뮌헨의 홈 경기는 뮌헨 북부에 위치한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 맞춰 지어진 신식 경기장이다. 경기장 외부 조명의 색을 바꿀 수 있는데, 내가 갔을 땐 바이에른 뮌헨의 팀 컬러인 붉은색으로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2. 이 경기는 리그(분데스리가)가 아니라 독일의 FA컵 같은 토너먼트에 해당하는 DFB-포칼 대회였다. 그래서 평일에 열렸고, 일정도 미리 알지 못해 여행 중에 급작스레 추가한 일정이다. 그래도 그 덕에 표값은 저렴한 5.5만원이었다. (최종 인출액) 상대팀이 1부리그 중상위권인 호펜하임이었음에도 이정도 가격에 불과하다니, 확실히 독일은 저렴하게 축구보기 좋은 나라다.
3. 뮌헨(München)의 발음은 [뮌헨]이 아니라 [뮌셴]이다. [뮌셴]에 가까운 것도 아니고 그냥 [뮌셴]이다. 그래서 바이에른 뮌셴이라고 해야 알아듣는다. 참고로 영어로는 Minich, [뮤닉]에 가깝다. 바이언 뮤닉이라 해도 알아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