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
Moscow, Russia
Москва, Россия
2020-02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대한 아름다운 첫 인상을 추억하며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짐을 풀고, 꿈꿔왔던 크렘린 앞 붉은 광장으로 향했다.

붉은 광장은 나를 흰 눈으로 반겨주었다.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SVO)에 도착하자, 설국이었다.
모스크바 한복판에서 우연히 (한국에서 알던) 친구와 만날 확률은?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 앞
붉은 광장의 입구 중 하나
굼 백화점 옆 빛나는 거리 - 밤에는 더 빛난다
호화로운 굼 백화점(소련 시대에 지어진 국영 백화점)
그 유명한 성 바실리 대성당. 테트리스가 생각난다. 내부 입장료는 비싸서 굳이 들어가진 않았다. 정교 성당 안에는 여러번 가보기도 했고...
붉은 광장에 놀이공원이 들어섰다
붉은 광장에 밤이 찾아온다
굼 백화점 옆 거리는 빛나기 시작한다
굼 백화점에서 시간을 보내다 나오니, 흰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여행 중 처음으로 만난 눈에 감격스러웠다

 

눈발이 강해 성 바실리 대성당이 저 멀리 흐릿하게 보인다
내가 (하얘진) 붉은 광장에 왔다!
이후 아르바트 거리로 향했다
날씨도 좋지 않고 해서 사람이 많지 않다
고려인 가수 빅토르 최 기념 벽에 왔다
빅토르 최
아르바트 거리는 스탈린 양식의 거대한 외무부 건물에서 끝난다
아르바트 거리의 서점에서 발견한 기념품 책. 아주 작은데도 ISBN-13(도서에 붙는 바코드 양식)까지 있어 신기해서 찍었다.

스위스, 취리히 주, 취리히, FIFA 세계 축구 박물관

FIFA World Football Museum, Zürich, Zürich, Switzerland/Schweiz

2020-01

 

 

스위스는 역사깊은 영세 중립국이라, 각종 국제기구의 본부들이 많이 자리잡고 있다. 세계 축구를 총괄하는 FIFA(피파)의 본부는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데, 같은 건물에 박물관도 함께 운영중이다.

워낙 축구를 좋아하기도 하고, 마침 스위스의 교통 패스인 스위스 패스(Swiss Pass) 소지자는 FIFA 박물관에도 무료로 입장할 수 있어서 들뜬 마음으로 찾아갔다.

축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FIFA 세계 축구 박물관이다.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형 활동들이 나를 즐겁게 했다.

 

입구 사진
물품 보관소의 사물함에 축구 레전드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스위스 패스 소지자는 무료입장할 수 있었다
한 해 동안 가장 아름다운 골을 넣은 선수에게 수여되는 FIFA 푸스카스 상(The FIFA Puskas Award)
전 세계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구경할 수 있는 곳
전 세계 축구 대표팀의 유니폼을 색깔별로 그라데이션처럼 분류해놓았다
네팔, 부탄, 우간다, 나미비아처럼 보기 힘든 나라들도 있다
역대 축구의 발전 과정을 설명해놓은 역사관. 시간이 많다면 천천히 읽어 보는 것도 좋다
계단 벽 장식이 독특하다
프리킥, 심판 같은 한국어로 된 축구 용어들을 찾는 재미가 있다
화면의 국가들을 클릭하면 각국의 대표팀 정보가 나온다
과거에 월드컵 트로피로 사용되던 쥘리메 컵(Jules Rimet Cup)
좌: 1950년 브라질 월드컵 결승, 브라질 vs 우루과이 티켓. 우루과이가 브라질에게 충격적인 승리를 거둔 경기 / 우: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북한 1:0 이탈리아 경기의 티켓
역대 축구공, 축구화의 변화. 직접 만져볼 수 있다.
역대 마스코트 만져서 누군지 맞히기...
중계방송 체험 부스
심판 체험 스크린. 역대 주요한 판정 논란이 된 장면들을 보여주고 관람객이 직접 판정하게 한다
전 세계 다양한 경기장의 의자들을 전시해놓았는데, 서울월드컵경기장 의자가 보여 반가웠다(회색)
대전월드컵경기장, 울산문수경기장 의자도 발견
음악감상용 1인용 소파. 아늑한 내부에 들어가서 앉으면 역대 월드컵 주제곡을 감상할 수 있다.
2002 월드컵의 향수를 느껴본다
축구를 소재로 한 각종 놀이들도 체험할 수 있다 

 

혼자놀기...

출구의 기념품샵에는 탐나는 상품들이 가득하다
나가는 길에 적힌 후원사 목록. 현대, 기아가 눈에 띈다.
입구에는 스포츠 펍이 있다
시간대에 맞춰 전 세계의 축구 경기를 라이브로 틀어주는 것 같다. 이런 시설이 집 앞에 있다면!
나가면서 한장. FC서울 유니폼과 함께!
취리히 호수는 평화롭다

이탈리아, 라치오 주, 로마
Rome, Lazio, Italy
Roma, Lazio, Italia
2019-01

 

 

이탈리아 로마를 연고로 하는 축구 클럽으로는 AS 로마(AS Roma) SS 라치오(SS Lazio) 두 팀이 있다. 일정을 잘 맞춘 덕에 4박 5일 동안 로마를 여행하면서 두 팀의 UEFA 챔피언스리그와 UEFA 유로파리그 경기를 2일 간격으로 모두 보게 되었다. 두 팀의 공동 홈구장은 스타디오 올림피코(Stadio Olimpico)인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1960년 하계 올림픽 주경기장이다. 1990년 FIFA 월드컵이 열린 경기장이기도 하다.

 

1. 스타디오 올림피코에 가려면 바티칸 바로 옆의 로마 지하철역인 Ottaviano 역에서 32번 버스를 타야 한다. 버스로 경기장에 가는 건 다소 혼잡하고 불쾌하지만 시간 여유를 두고 가면 되긴 된다.

2. 로마 서포터즈는 N석을, 라치오 서포터즈는 S석을 나누어서 쓰는 것 같다. 원정팀 서포터즈는 각각의 홈 서포터즈의 반대편을 사용한다.

3. 티켓값이 그리 비싸지 않았다. 챔피언스리그였던 AS 로마 경기는 41,630원, 유로파리그였던 SS 라치오 경기는 27,759원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경기 1 - 화요일>

2018-19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AS 로마 2:1 FC 포르투
(이탈리아 vs 포르투갈)
입장료: 41,630원(최종 인출 금액)
관중: 51,727명

Forza Roma!
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는 처음이었다.
FC서울 유니폼과 함께. 홈 팀 AS로마와 색깔이 맞아 입고 갔다. 배경에 보이듯 경기장에서는 간접흡연이 일상이다.
웅장한 AS 로마 서포터즈. N석을 사용한다.
경기장 한쪽 구석에 FC 포르투 원정팬들이 수세에 몰려 있다
포르투 선수진 소개. 에데르 밀리탕, 다닐루 페레이라, 페페 등 아는 이름들이 보인다.

 

로마 선수 소개는 멋지게 장내 아나운서와 함께 샤우팅으로 진행한다

원정팬과 홈팬이 자주 싸운다
경기는 지금은 나락간 니콜로 자니올로의 멀티골로 로마가 2-0으로 포르투를 제압했다.

 

<경기 2 - 목요일>
2018-19 UEFA 유로파리그 32강 1차전
SS 라치오 0:1 세비야 FC
(이탈리아 vs 스페인)
입장료: 27,759원(최종 인출 금액)
관중: 19,766명

라치오 경기에서는 사진을 많이 안 찍었다. 왼쪽(S석)이 라치오 서포터즈, 오른쪽(N석)이 원정팀인 세비야 서포터즈다.
라치오 서포터즈는 로마 서포터즈와 달리 S석을 쓴다.
세비야에서 온 원정팬들
화장실에 AS 로마 팬들이 붙인 SS 라치오 비방 스티커. Lazio Merda는 라치오 쓰레기라는 뜻이다.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주, 브라티슬라바
Bratislava, Bratislava Region, Slovakia
Bratislava, Trnavský kraj, Slovensko
2022-07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에는 수도로서 특이한 점이 있다. 수도인데도 불구하고 도시의 위치가 슬로바키아의 서쪽 끝에 치우쳐, 오스트리아와의 국경 지대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비엔나)도 오스트리아의 동쪽에 위치한 편이기 때문에, 두 국가의 수도 간의 거리는 차량으로 1시간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군사적으로 이런 수도 배치를 두고 '종심(depth)이 짧다'라고 하는데, 보통 적대적인 나라끼리는 이렇게 수도를 상대국 국경 옆에 두지 않으려고 한다. 수도를 천도하든지(예: 세종시), 상대국을 침공하든지(예: 모스크바) 해서 어떻게든 종심을 길게 확보하려 하는 것이 모든 국가의 본능이다. 그러니 브라티슬라바의 경우는 상당히 특이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현재로서는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두 나라간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0에 가까우므로 큰 의미는 없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세계일주 첫번째 도시인 비엔나의 다음 도시는 브라티슬라바가 되었다. 플릭스버스(Flixbus)를 타고 1시간 25분에 걸쳐 이동했다. 요금은 6유로에 불과했다. 시간이 1시간보다 더 걸린 이유는 중간에 빈 국제공항을 경유했기 때문이다. 두 나라 모두 솅겐 조약의 가입국이기 때문에 국경에서 별다른 절차는 없었다.

 

이전 도시: 빈(비엔나, Vienna)

 

빈(Vienna) - #2. 비엔나 뚜벅이 여행 이모저모

오스트리아, 빈(비엔나) Vienna, Austria Wien, Österreich 2022-07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오스트리아의 수도이자, 과거 유럽을 양분했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수도였던 빈(비엔나)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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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티슬라바의 플릭스버스 터미널은 도나우 강을 건너는 다리(Most SNP)의 북단에 위치한다. 도보로 쉽게 시내로 진입할 수 있다.

 

저 위로 브라티슬라바 성이 보인다.
브라티슬라바 올드 타운을 지나는 트램
트램이 구시가지 한가운데를 지나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사실 브라티슬라바에서 해야 할 일은, 인접 도시에 가서 축구(UEFA 유로파 컨퍼런스리그)를 보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 전에 기차표를 구하고 간단히 도시를 둘러보기로 했다.

슬로바키아 대통령궁
군 전역 직후여서 그런지 경계근무를 서는 의장대가 눈에 띄었다
축구 경기가 열리는 인접 도시로 가는 기차표를 사러 일단 기차역에 갔다
기차로 한시간 정도 거리인데 2.35유로밖에 되지 않는다. 창구의 직원은 영어를 전혀 하지 못했다. 동유럽에 진입했음을 실감했다. / 결과적으로 이 기차표는 쓰지 못했다.
동유럽 사회주의풍의 모자이크가 장식된 브라티슬라바 중앙역 내부
WIEN(오스트리아), BRNO(체코)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눈에 띈다. 사실 체코와는 최근까지 '체코슬로바키아'라는 이름의 한 나라였다.

 

기차표를 구한 뒤 언덕 위에 위치한 슬로반(Slovan)이라는 소련군의 2차대전 도시 해방을 기념하는 공원에 다녀왔다. 러시아애들은 이런 걸 남기는 걸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언덕 위에 위치한 러시아군 추모 공원 슬로반(Slovan)의 모습
건물 내부에는 헌화와 1945가 적힌 비석이 있다
건물의 천장에는 소련을 상징하는 붉은 별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다
건물 외벽에는 슬로바키아의 주요 도시가 해방된 날짜가 양각으로 적혀있다(브라티슬라바: 1945년 4월 6일)
소련군 묘지. 저 멀리 브라티슬라바 시내가 내려다보인다.
최근에도 추모를 위해 다녀가는 사람이 있나보다
러시아식 십자가가 눈에 띈다
높은 건물이 많지는 않은 브라티슬라바 시내

 

다시 시내로 내려왔다. 축구를 보러 가야 했다.

브라티슬라바 올드 타운

 

광장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고발하는 홍보물이 가득했다
맨홀 아저씨. 구글맵에 나름 유명하게 나오길래 들렀다

 

두나이스카 스트레다(Dunajská Streda) - 북아일랜드 서포터즈와 함께! 슬로바키아에서 UEFA 유럽 대항전 원정 응원하기

 

두나이스카 스트레다(Dunajská Streda) - 북아일랜드 서포터즈와 함께! 슬로바키아에서 UEFA 유럽 대

슬로바키아, 트르나바 주, 두나이스카 스트레다 Dunajská Streda, Trnava Region, Slovakia Dunajská Streda, Trnavský kraj, Slovensko 2022-07-07 2022-23 UEFA 유로파 컨퍼런스 리그 1차예선 1차전 FC DAC 1904 두나이스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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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브라티슬라바 방문의 제1목적은 도시 구경보다 축구를 보는 것이었다. 위 링크는 브라티슬라바 시내 한복판에서 북아일랜드 서포터즈를 만나 그들과 함께 경기장에 다녀온 이야기이다.

 

축구를 보고 오니 늦은 밤이었고, 다음날 바로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로 떠날 준비를 했다.

다시 브라티슬라바 중앙역에 와서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가는 기차표를 예매했다. 15.3유로.
기차여행에는 낭만이 있다
슬로바키아와 헝가리의 국경을 이루는 하천 위에서
헝가리 쪽 철도 공사 문제로 Szob역에서 하차당했다. 이후 기차 대체편으로 제공되는 버스로 갈아타게 되었다.
국경지대의 한적한 이 헝가리 시골역은 뜻밖에도 많은 손님을 받게 되었다.

 

다음 도시: 헝가리 부다페스트(Budapest)

슬로바키아, 트르나바 주, 두나이스카 스트레다

Dunajská Streda, Trnava Region, Slovakia
Dunajská Streda, Trnavský kraj, Slovensko

2022-07-07

 

2022-23 UEFA 유로파 컨퍼런스 리그 1차예선 1차전

FC DAC 1904 두나이스카스트레다 2:1 클리프턴빌 FC

(슬로바키아 vs 북아일랜드)

*아일랜드 공화국과는 분리된 '북아일랜드'는 영국에 속하는 지역이지만, 축구에서는 잉글랜드와 별개의 국가로 취급한다.

@Mol Arena

입장료: 12유로(원정석)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Bratislava)에서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뿐이었다.
마침 이날 열리는 UEFA 유로파 컨퍼런스리그 예선 경기를 찾아가서 보는 것.
수도에서 1시간 떨어진 홈팀 DAC FC와, 북아일랜드에서 온 원정팀 Cliftonville FC의 경기였다.

가장 큰 문제는, 킥오프 시간이 너무 늦은 밤이라는 사실이었다. 경기장이 있는 근교의 소도시(두나이스카 스트레다)로 가는 기차는 있지만, 돌아오는 막차가 없었다. 별 수가 없다면 마을의 기차역 주변에서 새벽 4시까지 벌벌 떨며 존버해야 했다. 그나마 나은 선택지는 히치하이킹이었다. (그래서 'Bratislava'가 적힌 종이까지 미리 만들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된다는 근거 없는 믿음이 있었다. 일단 간다고 마음먹고 FC서울 유니폼을 챙겨입고 나왔다. 그때, 다운타운의 한 아이리시 펍에서 단체로 술마시며 응원가를 부르는 아일랜드 팬 한 무리를 찾아냈다. 벨파스트에서 비행기를 타고 와 경기 전 앞풀이(?)를 하고 있던 원정팬 아저씨들이었다. 용기내 그들에게 물었다.

"나도 경기장 갈건데, 너희는 뭐 타고 갈거야?"
"혹시 그 버스에 나도 탈 수 있을까?"

 

벨파스트에서 비행기를 타고 와 경기 전 앞풀이(?)를 하고 있던 원정팬 아저씨들이었다. 

 

그 순간 나는 그들의 "보스"에게 인계되었고, 보스는 내게 술을 사주며 반가워했다. 운 좋게도 내가 입고 있던 붉은색 FC서울 유니폼은 그들, The Reds의 색상과 동일했고, 덕분에 나는 뭘 좀 아는 놈이 되었다. 나는 <손님>이 되었다.

친절한 그들과 수많은 인사를 나누고, 함께 브라티슬라바 올드 타운의 거리를 행진했다. 원정버스에서 맥주를 마시며 그들의 응원가를 들었다.

이날, Cliftonville FC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Belfast)에 3,200석의 작은 홈경기장을 가진 스몰 클럽에서, 대한민국 서울에도 팬을 가진 글로벌 클럽으로 도약했다.

 

경기장으로 향하기 전, 브라티슬라바의 아이리시 펍(!)에서 응원하는 팬들. 오른쪽이 "보스"다.
1996년에 대한민국 국가대표팀과 클리프턴빌 FC가 친선경기를 했을때 직접 뛰셨다는 아저씨가 나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와우! 

영국 쪽에서 팀들마다 돌려쓰는 응원가

브라티슬라바를 행진하며
클리프턴빌 FC의 원정버스는 플릭스버스(Flixbus)에서 빌린 건지 플릭스버스를 그대로 쓰고 있었다. 경기장에 가까워지니 경찰이 원정팬 버스를 에스코트한다.
경기장 도착! 2층버스 여러 대가 진입하니 슬로바키아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12유로를 보스에게 내고 원정석에 같이 들어갔다.
UEFA 유로파 컨퍼런스리그는 2021-22시즌부터 신설된, 유럽의 3티어급 대회다.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의 아래 단계에 해당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팀들에겐 계륵 같은 애매한 권위의 대회지만, 상위 유럽대항전에 쉽게 나갈 수 없는 중소리그 팀들에게는 큰 기회다.
클리프턴빌 FC는 1879년에 생긴 아주 오래된 팀이다. 홈경기장 이름도 단 한 단어로, 멋지다. "Solitude"
감동적으로 저렴한 동유럽 경기장 맥주 가격! 1.8유로라니, 서유럽의 20~40%에 불과한 가격이다.
매점에서도 많은 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매치데이 머플러를 빌려서 찍었다
작은 경기장이지만 많은 홈 팬들이 들어찼다. 원정석에만 펜스와 그물이 삼엄하게 설치되어 있다.
가장 열심히 응원하던 친구들
선수들이 들어온다. 그물 때문에 잘 안 보일 것 같지만 실제 눈으로는 잘 보인다.
홈 응원석에서 헝가리 국기가 많이 보인다. 홈팀 DAC FC는 슬로바키아 팀이지만 헝가리 국경에 위치한 팀이라 그런지 헝가리 계열의 구단이라고 옆에 있던 친구가 알려줬다. 한국에선 보기 힘든 광경이다.
경기는 아쉽게 클리프턴빌이 1-2로 패배했다. 사실 크게 패하는 쪽이 훨씬 정배당(?)이었기 때문에 클리프턴빌 입장에선 선전한 결과다.
그래도 원정팬들은 선수들을 열정적으로 맞이한다. 팀이 선전하기도 했고, 언제 또 유럽 원정을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의 응원은 끝날 줄을 모른다. 돌아가는 버스에서도, 그리고 다시 돌아온 브라티슬라바에서도, 그들의 노래는 이어졌다.

 

<덤: 그들에 관해>
1. 아일랜드 사투리는 진짜 못알아듣겠다. 같은 영어가 맞나 싶다. 알아듣기가 너무 어렵기도 했고, 가뜩이나 응원 소리로 시끄러웠기 때문에, 대화하려면 내 귀를 그들의 입 바로 앞에 갖다대야 할 정도였다. 진짜로 이것 때문에 며칠 뒤 코로나 걸렸던 것 같다.
2. 팬들은 종일 노래를 불렀다. 경기 전에 도시에서 술마시면서, 버스까지 행진하면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경기 내내, 돌아오는 버스에서도... 경이로운 체력이다.
3. 1879년 창단된 Cliftonville FC은 북아일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팀이자, 유일한 가톨릭 기반 구단이다. 그래서 팬들은 하나같이 스코틀랜드의 셀틱 FC(가톨릭 팀) 또한 응원했다. 셀틱에서 뛰던 기성용과 차두리를 알았다. 그래도 영국인답게 잉글랜드에서 응원하는 팀은 제각각이었지만 하나씩은 갖고 있었다.
4. 이들은 분명 UK Citizen이고 영국 학교를 다니고 영국에 세금을 냈지만 아일랜드 여권을 주로 갖고 있었다(UK/아일랜드 택1). 자세한 내막은 이들도 설명하기 어려워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2005년 이전 북아일랜드 출생자들은 아일랜드 시민권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 지역에서 태어난 사람들에게 국적을 주는 이유와 비슷한 것 같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했기 때문에, 이들은 EU국가인 슬로바키아에 올 때 아일랜드 공화국 여권을 주로 사용했다.

5. 브라티슬라바 숙소로 돌아온 뒤에도 한동안은 아일랜드 팬들의 응원소리로 시끄러웠다. 여기에 잠시 여행 온 사람들은 이 동네는 원래 밤이면 매일 이러는줄 알까?

 

<인스타그램에서 긁어온 글을 보강함.>

독일, 바이에른 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

Alianz Arena, Munich, Bayern, Germany
Alianz Arena, München, Bayern, Deutschland

2020-02-05

 

2019-20 DFB-포칼 16강
FC 바이에른 뮌헨 4:3 TSG 1899 호펜하임
@알리안츠 아레나

관중: 71,500명

 

 

독일인의 절반은 바이에른 뮌헨 팬이라는 말이 있다. 독일 최고의 명문 클럽이자, 2023년부터 김민재가 뛰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의 홈경기에 간 이야기다.

1. 바이에른 뮌헨의 홈 경기는 뮌헨 북부에 위치한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 맞춰 지어진 신식 경기장이다. 경기장 외부 조명의 색을 바꿀 수 있는데, 내가 갔을 땐 바이에른 뮌헨의 팀 컬러인 붉은색으로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2. 이 경기는 리그(분데스리가)가 아니라 독일의 FA컵 같은 토너먼트에 해당하는 DFB-포칼 대회였다. 그래서 평일에 열렸고, 일정도 미리 알지 못해 여행 중에 급작스레 추가한 일정이다. 그래도 그 덕에 표값은 저렴한 5.5만원이었다. (최종 인출액) 상대팀이 1부리그 중상위권인 호펜하임이었음에도 이정도 가격에 불과하다니, 확실히 독일은 저렴하게 축구보기 좋은 나라다.

3. 뮌헨(München)의 발음은 [뮌헨]이 아니라 [뮌셴]이다. [뮌셴]에 가까운 것도 아니고 그냥 [뮌셴]이다. 그래서 바이에른 뮌셴이라고 해야 알아듣는다. 참고로 영어로는 Minich, [뮤닉]에 가깝다. 바이언 뮤닉이라 해도 알아듣는다.

4. 뮌헨 축구 진짜 잘하더라... 요즘 김민재 이적 후 또 가고 싶어졌다.

 

U반(독일 지하철)을 타고 역에 도착하니 머플러 가게가 눈길을 빼앗는다
지하철역에서 보이는 경기장의 영롱한 자태
붉은 조명이 아름답다
뮌헨 시내에서 할 게 없어서 경기 시작 3시간 전에 도착했다
무시무시한 곰돌이. 다른 분데스리가 구단들을 패고 다니는 팀답다.
푸른 피치를 마주할 때. 경기장에서 가장 설레는 순간 아닐까?
한참 전에 입장해서 할 게 없다
FC서울 만세
할 게 없으니 매점 탐사. 경기장 맥주 물가는 이정도...
할 게 없으니 화장실 탐사. 여러 팀들이 스티커를 붙이고 갔다. 우니온 베를린, 토트넘 핫스퍼, 레드스타 베오그라드 등등...
한참 기다리니 관중이 들어찼다. 최종 관중수 71,500명
선수 입장
호펜하임 팬들은 꼭대기층 구석을 배정받았다. 같은 높이인 내 자리는 1열이었는데 보다싶이 난간이 매우 낮아서(!) 시야가 탁 트여 좋았다.
경기는 레반도프스키 2골, 토마스 뮐러 1골로 뮌헨이 4-3으로 승리했다.
저기까지 나와있는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를 보라
숙소로 돌아가는 지하철역. 집에 가는 지하철에선 항상 피곤하다

 

바이에른 뮌헨 득점시 나오는 배칠수의 꽃배달 39000원 노래

 

 

<여기서부터는 나중에 바이에른 뮌헨 구단 샵에서 본 기발한 아이디어의 상품들>

바이에른 뮌헨 엠블럼이 찍혀 나오는 토스트 굽는 기계
천장을 바이에른 뮌헨 엠블럼 모양으로 빛내주는 조명
건물 외벽에 바이에른 뮌헨 엠블럼을 쏘아주는... 조명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주, 잘츠부르크

Salzburg, Salzburgland, Austria/Österreich

2020-02

 

 

모짜르트의 도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 잘츠부르크! 원래 계획에는 없었다. 방문 이유는 단순하다.

유럽 여행 도중 슬슬 유럽풍 도시에 질려버렸다. 그리고 뮌헨에 있을 때쯤이면 일정이 너무 루즈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나는 독특한 여행 취향이 있어서, 국경을 넘을 때마다 즐겁다. 그게 새로운 나라라면 더욱 그렇다. (이때는 오스트리아에 가본 적이 없었다.)

늘어져가는 내 여행에 충격을 잠깐이나마 주고 싶었다.

 

마침 Flixbus 어플을 보니 독일 뮌헨(Munich)에서 2시간 거리의 잘츠부르크를 왕복 10유로(편도 5유로씩)에 다녀올 수 있었다. 가격이 저렴한 표 답게 시간대는 안 좋았지만... 아무튼 가능은 했다.

 

그렇게 구상한 일정은 다음과 같았다.

 

6:30 뮌헨 ZOB 버스터미널 출발

8:30 잘츠부르크 South 도착(간이 버스정류장에 불과하다)

4시간 30분동안의 아주 짧은 여행

13:00 잘츠부르크 South에서 출발

15:15 뮌헨 ZOB 버스터미널 복귀

* 시간대와 일정이 구린 이유는 표가 저렴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택하지 않을 기행적인 일정이지만, 당시 내 생각은 이랬다.

"어차피 10유로에 박물관 미술관 가도 지루할 텐데, 그 돈으로 새로운 나라에 다녀오면 재밌지 않을까?"

그렇게 내 당일치기 버스 여행이 성사됐다.

 

*독일→오스트리아 국경은 입출국 절차가 없는 솅겐 지역임에도 버스를 세워서 여권 검사를 했다. 근데 내 여권을 공무원한테 먼저 내밀었더니 보지도 않았다. 그러고는 그는 뒤에 있던 (수상해보이는) 남자들 여권을 한참 보았다. 유독 버스만 국경에서 간혹 세워지는 것 같다.

플릭스버스를 타고 Salzburg South 정류장에 내린다. 버스를 탄다. 자주 온다.
캔맥주 0.5유로 마그넷 2유로. 독일보다 싼 여행 물가에 놀란다.
자고로 새로운 고장에 왔으면 가장 높은 곳을 가서 지형을 파악하는 게 도리다
정상은 오바고 중턱까지만 가보기로 했다. 저 멀리 알프스의 설산이 보인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미라벨 정원 인데... 추운 겨울이라 을씨년스럽기 그지없다. 이 프레임 그대로 영화에 나온다. 거기선 풀이 푸르다.
항상 느끼지만 유럽은 겨울에 오면 안된다. 축구팬 빼고.
음... 다리!
사실 국기가 아니면 독일인지 오스트리아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모짜르트 생가에 박물관이 있다. 거지+시간거지+음알못 이라 굳이 안 들어갔다.
음... 명동. 간판들이 특색있다.
오스트리아 답게 캥거루 드립이 빠질 수 없다
모짜르트 동상. 으 추워
성당은 성당이다
저 위에도 성이 있는데 여러모로 가진 게 없어서 눈으로만 봤다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이다
산성비 때문인지 동상에 유리를 씌워놓았다. 이렇게까지 보존해야 하나?
개인적으로는 이러는 것 보다 시원하게 비 맞추는게 낫지 않나 싶다.
터널 한번 으리으리하다
독일 뮌헨으로 돌아가는 길. 남부의 목가적 마을이 눈에 덮혀 있다.
킴 호수.

정말 항상 느끼지만 유럽은 겨울에 가면 안된다. 축구팬 빼고는...

낮도 짧고 춥다.

유럽에 겨울에 갈거면 알프스 이남을 가자

오스트리아, 빈(비엔나)

Vienna, Austria

Wien, Österreich

2022-07

 

 

오스트리아의 수도이자, 과거 유럽을 양분했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수도였던 빈(비엔나)

코로나 공백기(겸 군생활) 이후 처음이자, 나의 세계일주 첫 도시였던 곳이다.

비엔나의 거리를 걸으며, 이국적이고 낯선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것이었음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서술은 시간순이다. 첫날, 아랍에미리트를 경유해 비엔나에 도착하니 아침이었다.

오스트리아의 건축가, 훈데르트바서(Hundertwasser)의 집이자 박물관
독특한 외관이 마치 디자인 수업에 나올 것만 같다
프랑스의 부르봉 가문의 베르사유 궁전이 있다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는 합스부르크 가문의 벨베데레(Belvedere) 궁전이 있다.
오른쪽은 1차 세계대전 패전 협상이 열린 거울의 방이다. 벨베데레 궁전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곳. 
벨베데레 궁전 중 상궁(upper palace)은 미술관으로 쓰이고 있다.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의 '키스'가 유명하다. 나도 그림은 어딘가에서 보아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느낌이 색달랐다.  금박 장식이 조명에 은은하게 빛나 너무나도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 오디오가이드 빌리라는 구글 리뷰의 말에 5유로 내고 빌렸는데 손으로 직접 귀에 듣는 형식이라서 불편했다.

벨베데레 궁전을 떠났다.
첫날은 피곤해서 일정을 일찍 마쳤다.

 

둘째날, 시차적응 이슈로 5시에 눈이 떠진 탓에 오전 6시 30분에 일정을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아침 비엔나 거리가 날 맞이했다.
역시 아침 6시 40분의 사진이다. 유럽의 여름은 낮이 길어 좋다.
칼 성당 앞. 아침부터 조깅하고 자전거로 출근하는 빈 시민들

 

다음에 나오는 곳은 꽤 인상적이었던 방문지인, 2차대전 소련군 추모 기념물이다. 독일 베를린에서도 이와 비슷한 것을 볼 수 있었다. 2차대전 비엔나 함락 과정에서 희생된 소련군(!)을 추모하기 위해 소련 측에서 현지인을 강제 노동시켜 지은 기념물이다. 요즘 게임 용어로 '마패'라고 할 수 있겠다. 아래는 내가 실시간으로 썼던 여행기의 일부다.

 

 

탑 위에 소련군이 눈을 부릅뜨고 비엔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기념비 뒤의 벽이 우크라이나 국기 색상으로 칠해진 것은 분명히 흥미롭다.
대충 광화문 광장 같은 곳
지하철 출구 치곤 예쁘다
슈테판 대성당. 오른쪽 공사중인 첨탑에 적힌 STOP WAR와 우크라이나 국기 색상이 눈에 띈다.
하늘을 찌르는 고딕 양식
앙커우어 인형시계. 센스있다. 근데 딱히 관광객이 없었다.
아름답지만 푸르진 않은 도나우 강
살짝 중심부에서 벗어나서, Augarten이라는 공원에 왔다. 목적은 단 하나, 저 앞의 무식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보기 위해서였다.
2차대전때 독일군의 방공진지(대공포 진지)로 사용되던 곳이라고 한다... 이곳이 나에게 의미있던 이유는...
내가 불과 일주일전까지 강원도 산꼭대기 어딘가의 방공진지에서 군생활을 하던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꼭 이곳에 오고 싶었다.
앞서 나온 건축가 훈데르트바서가 설계한 쓰레기 소각장. 예쁜 디자인으로 주민 반발을 무마했다나..
태권도장이 보여 반가운 마음에.
낯선, 이국적인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었음을.
무알콜 라들러는 지구상에서 가장 애매한 음료다... 무알콜 맥주보다, 레모네이드보다 맛이 없으며 0칼로리인 것도 아니다.
다음 목적지는, 1시간 거리에 가깝게 위치한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였다.

 

빈(Vienna) - #1. 지리덕후(또는 언어덕후)라면 꼭 한번... 지구본 박물관 & 에스페란토 박물관

 

빈(Vienna) - #1. 지리덕후(또는 언어덕후)라면 꼭 한번... 지구본 박물관 & 에스페란토 박물관

오스트리아, 빈(비엔나) Vienna, Austria Wien, Österreich 2022-07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2022년 시작된 내 200일간의 세계일주 첫 도시는 비엔나였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단 그냥 가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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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중 따로 업로드하는 지구본 박물관 & 에스페란토 박물관. 빈에서 가장 즐겁게 시간을 보냈던 곳.

오스트리아, 빈(비엔나)

Vienna, Austria

Wien, Österreich

2022-07

 

 

2022년 시작된 내 200일간의 세계일주 첫 도시는 비엔나였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단 그냥 가보지 않은 도시였고 마침 저렴하게 나온 항공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곳에서 내 세계일주의 첫 챕터, 동유럽 여행이 시작됐다.

빈에서 간 곳 중 한국어 가이드북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이색적이었던 곳은 바로 이곳이 아닐까 싶다.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에서 세운 지구본 박물관(Globe Museum), 그리고 같은 건물에 이어져 있는 에스페란토 박물관(Esperanto Museum)이다. 예전에 지구상의 진기한 여행지를 모아놓은 '아틀라스 옵스큐라(Atlas Obscura)'라는 책에서 읽고 위치를 저장해둔 곳이다. (책 추천!)

 

지구본 박물관! 지리를 좋아하고 지도나 지구본 보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꼭 방문해야 할 곳이었다. 그리 크지 않은 박물관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이곳에서만 난 2시간을 보냈다.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끼워팔기 격으로 함께 있는 에스페란토 박물관도 둘러보았다. (두 박물관 통합 입장권을 5유로에 판다.) 예전에 스페인어를 배우던 시절 알게 된 인공어 에스페란토에도 어느 정도 관심이 있었기에 두 박물관을 모두 갈 수 있어서 즐거웠다.

 

에스페란토를 상징하는 깃발. 에스페란토는 폴란드의 자멘호프 박사가 1887년에 만든 인공 언어로, 세계의 공용어를 목표로 했다.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지만, 지금도 일부 화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박물관 통합 입구에서. 통합 입장권을 5유로에 판다.

 

주변 길거리는 이렇다.
나에게는 지구본 박물관이 메인이었기 때문에 애피타이저 느낌으로 에스페란토 박물관에 먼저 들어갔다. 1906년 에스페란토 총회를 알리는 포스터. 당연히 에스페란토로 작성되어 있다.
에스페란토 찬트 정도 되겠다. 대략 로망스어(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계통과 유사하다.

 

각종 에스페란토 기념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실 무형의 언어를 소재로 한 박물관이라 전시물 중 흥미로운 것이 엄청나게 많지는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서울에서도 에스페란토 총회(Kongreso de Esperanto)가 2번이나 열렸었다는 점?

에스페란토! 바벨탑을 다시 쌓는 것처럼 낭만 넘치는 이상으로 만든 언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배우기 쉽게 문법적으로 쉬운 언어라는 점은 흥미롭지만, 결국 사실상 사멸해버렸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어서 메인 디시인 지구본 박물관으로 향했다. 엄밀히 말하면 Globe(구) Museum이기 때문에 지구본 말고 하늘의 별자리를 나타낸 천구(cellestial globe) 도 있고 달본(?)이나 화성본(?) 등 행성을 나타낸 globe도 있다.

다음에 향한 곳은 지구본 박물관. 각 시대의 지구본들이 전시되어 있다.
과거의 지구본(좌)와 천구(우)
너무 좋은 분위기의 박물관이다
여기서 처음 안 사실: 천구는 구조적으로 2가지 종류가 있다. 대부분의 천구는 (가상의) 우주 바깥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천구이다. 즉, 천구에 가려 보이지 않는 '천구의 중심'에 지구가 있다. 근데 이렇게 되면 천구를 읽는 사람은 실제 지구의 관측자와는 반대로 뒤집어진 상을 보기 때문에, 이를 반대로 나타난 천구도 일부 있다. 전자의 대부분의 천구를 볼록하다(concave)고 하고, 소수의 뒤집어진 천구를 오목하다(concave)고 한다.
모든 지구본의 본초자오선이 영국 런던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났던 것은 아니다. 기준점이 프랑스 파리였던 때도 있었다. 위 지구본처럼 본초자오선이 세네갈 다카르(구대륙 본토의 서쪽 끝)를 지나는 지구본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세네갈 다카르의 서쪽 끝이 본초자오선 위치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유럽/아프리카 대륙 내에서 동반구와 서반구가 지저분하게 나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렇게 되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뉴질랜드가 동반구에서 서반구로 튀어버린다는 단점을 깨달았다.)

 

오스트레일리아는 New Holland라고 불렸다.
과거 지구본과 현대의 지도를 컴퓨터로 비교해서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여기서 한 20분 보냈다. 유럽쪽은 나름 정확한데 다른쪽은 개판이다.
너무 옛 지도라 읽을 수 있는 지명이 많지는 않았다.
Globe Museum 답게 달과 화성도 있다. 이런 걸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다. 월본? 화성본?
이곳은 지구본 백화점!
지리덕후로서 행복한 2시간을 보내고 나왔다.

지리덕후, 언어덕후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스위스, 보 주, 몽트뢰

Montreux, Vaud, Swizerland/Suisse

2020-01

 

스위스 서부의 프랑스어권(레만 호수 권역의 도시)에서 처음으로 방문한 도시, Montreux 방문기이다.

독일어까지는 발음이 쉬웠는데 프랑스어권 도시라 그런지 발음이 낯설다. 대충 마지막 x는 발음 안하는 것 같다.

같은 나라임에도 권역에 따라 쓰는 언어가 완전히 다르다는 게 신기하다.

 

몽트뢰에서 갈만한 여행지는 중세시대 성인 시옹 성(Château de Chillon), 그리고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 동상 정도가 있다. 한국에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로 널리 알려진 전설적인 그룹 '퀸'의 프레디 머큐리가 스위스에 체류할 적에 살던 곳이라고 한다.

스위스 패스로 기차를 타고 몽트뢰 역에 도착했다.
역과 마을은 한적하다
레만 호수를 배경으로. 레만 호수 권역의 도시들을 많이 가게 된다. 제네바, 니옹, 로잔, 브베, 몽트뢰... 그리고 건너편 프랑스의 에비앙까지.
정어리 떼!
프레디 머큐리 동상이다. 이때는 <보헤미안 랩소디>를 안 봤을 때여서 잘 모르고 갔다.
거위가 때때로 머리를 박으며 놀고 있다
심슨 패밀리
몽트뢰의 시옹 성 인근에 도착하니 레만 호수 연안의 몽트뢰가 한눈에 보인다.
몽트뢰 최고의 랜드마크 시옹 성!
시옹 성은 어릴적 동경하던 멋진 중세 성답게 다리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다.
스위스 패스로 무료로 추가요금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안에는 한국어 가이드북도 있었다.
레만 호수의 풍경이 살짝살짝 보인다
성의 곳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바로 옆 마을 브베(Vevey)였다.

브베(Vevey) - 스위스의 찰리 채플린, 네슬레, 대형 포크(fork) 마을

 

브베(Vevey) - 스위스의 찰리 채플린, 네슬레, 대형 포크(fork) 마을

스위스, 보 주, 브베 Vevey, Vaud, Switzerland/Suisse 2020-01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레만 호수 권역(보 주)에 들어오면서 프랑스어를 쓰는 지역으로 진입했다. 브베는 레만 호수 북안의 작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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