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빈(비엔나)

Vienna, Austria

Wien, Österreich

2022-07

 

 

2022년 시작된 내 200일간의 세계일주 첫 도시는 비엔나였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단 그냥 가보지 않은 도시였고 마침 저렴하게 나온 항공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곳에서 내 세계일주의 첫 챕터, 동유럽 여행이 시작됐다.

빈에서 간 곳 중 한국어 가이드북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이색적이었던 곳은 바로 이곳이 아닐까 싶다.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에서 세운 지구본 박물관(Globe Museum), 그리고 같은 건물에 이어져 있는 에스페란토 박물관(Esperanto Museum)이다. 예전에 지구상의 진기한 여행지를 모아놓은 '아틀라스 옵스큐라(Atlas Obscura)'라는 책에서 읽고 위치를 저장해둔 곳이다. (책 추천!)

 

지구본 박물관! 지리를 좋아하고 지도나 지구본 보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꼭 방문해야 할 곳이었다. 그리 크지 않은 박물관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이곳에서만 난 2시간을 보냈다.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끼워팔기 격으로 함께 있는 에스페란토 박물관도 둘러보았다. (두 박물관 통합 입장권을 5유로에 판다.) 예전에 스페인어를 배우던 시절 알게 된 인공어 에스페란토에도 어느 정도 관심이 있었기에 두 박물관을 모두 갈 수 있어서 즐거웠다.

 

에스페란토를 상징하는 깃발. 에스페란토는 폴란드의 자멘호프 박사가 1887년에 만든 인공 언어로, 세계의 공용어를 목표로 했다.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지만, 지금도 일부 화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박물관 통합 입구에서. 통합 입장권을 5유로에 판다.

 

주변 길거리는 이렇다.
나에게는 지구본 박물관이 메인이었기 때문에 애피타이저 느낌으로 에스페란토 박물관에 먼저 들어갔다. 1906년 에스페란토 총회를 알리는 포스터. 당연히 에스페란토로 작성되어 있다.
에스페란토 찬트 정도 되겠다. 대략 로망스어(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계통과 유사하다.

 

각종 에스페란토 기념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실 무형의 언어를 소재로 한 박물관이라 전시물 중 흥미로운 것이 엄청나게 많지는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서울에서도 에스페란토 총회(Kongreso de Esperanto)가 2번이나 열렸었다는 점?

에스페란토! 바벨탑을 다시 쌓는 것처럼 낭만 넘치는 이상으로 만든 언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배우기 쉽게 문법적으로 쉬운 언어라는 점은 흥미롭지만, 결국 사실상 사멸해버렸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어서 메인 디시인 지구본 박물관으로 향했다. 엄밀히 말하면 Globe(구) Museum이기 때문에 지구본 말고 하늘의 별자리를 나타낸 천구(cellestial globe) 도 있고 달본(?)이나 화성본(?) 등 행성을 나타낸 globe도 있다.

다음에 향한 곳은 지구본 박물관. 각 시대의 지구본들이 전시되어 있다.
과거의 지구본(좌)와 천구(우)
너무 좋은 분위기의 박물관이다
여기서 처음 안 사실: 천구는 구조적으로 2가지 종류가 있다. 대부분의 천구는 (가상의) 우주 바깥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천구이다. 즉, 천구에 가려 보이지 않는 '천구의 중심'에 지구가 있다. 근데 이렇게 되면 천구를 읽는 사람은 실제 지구의 관측자와는 반대로 뒤집어진 상을 보기 때문에, 이를 반대로 나타난 천구도 일부 있다. 전자의 대부분의 천구를 볼록하다(concave)고 하고, 소수의 뒤집어진 천구를 오목하다(concave)고 한다.
모든 지구본의 본초자오선이 영국 런던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났던 것은 아니다. 기준점이 프랑스 파리였던 때도 있었다. 위 지구본처럼 본초자오선이 세네갈 다카르(구대륙 본토의 서쪽 끝)를 지나는 지구본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세네갈 다카르의 서쪽 끝이 본초자오선 위치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유럽/아프리카 대륙 내에서 동반구와 서반구가 지저분하게 나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렇게 되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뉴질랜드가 동반구에서 서반구로 튀어버린다는 단점을 깨달았다.)

 

오스트레일리아는 New Holland라고 불렸다.
과거 지구본과 현대의 지도를 컴퓨터로 비교해서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여기서 한 20분 보냈다. 유럽쪽은 나름 정확한데 다른쪽은 개판이다.
너무 옛 지도라 읽을 수 있는 지명이 많지는 않았다.
Globe Museum 답게 달과 화성도 있다. 이런 걸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다. 월본? 화성본?
이곳은 지구본 백화점!
지리덕후로서 행복한 2시간을 보내고 나왔다.

지리덕후, 언어덕후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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