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빈(비엔나)

Vienna, Austria

Wien, Österreich

2022-07

 

 

오스트리아의 수도이자, 과거 유럽을 양분했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수도였던 빈(비엔나)

코로나 공백기(겸 군생활) 이후 처음이자, 나의 세계일주 첫 도시였던 곳이다.

비엔나의 거리를 걸으며, 이국적이고 낯선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것이었음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서술은 시간순이다. 첫날, 아랍에미리트를 경유해 비엔나에 도착하니 아침이었다.

오스트리아의 건축가, 훈데르트바서(Hundertwasser)의 집이자 박물관
독특한 외관이 마치 디자인 수업에 나올 것만 같다
프랑스의 부르봉 가문의 베르사유 궁전이 있다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는 합스부르크 가문의 벨베데레(Belvedere) 궁전이 있다.
오른쪽은 1차 세계대전 패전 협상이 열린 거울의 방이다. 벨베데레 궁전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곳. 
벨베데레 궁전 중 상궁(upper palace)은 미술관으로 쓰이고 있다.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의 '키스'가 유명하다. 나도 그림은 어딘가에서 보아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느낌이 색달랐다.  금박 장식이 조명에 은은하게 빛나 너무나도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 오디오가이드 빌리라는 구글 리뷰의 말에 5유로 내고 빌렸는데 손으로 직접 귀에 듣는 형식이라서 불편했다.

벨베데레 궁전을 떠났다.
첫날은 피곤해서 일정을 일찍 마쳤다.

 

둘째날, 시차적응 이슈로 5시에 눈이 떠진 탓에 오전 6시 30분에 일정을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아침 비엔나 거리가 날 맞이했다.
역시 아침 6시 40분의 사진이다. 유럽의 여름은 낮이 길어 좋다.
칼 성당 앞. 아침부터 조깅하고 자전거로 출근하는 빈 시민들

 

다음에 나오는 곳은 꽤 인상적이었던 방문지인, 2차대전 소련군 추모 기념물이다. 독일 베를린에서도 이와 비슷한 것을 볼 수 있었다. 2차대전 비엔나 함락 과정에서 희생된 소련군(!)을 추모하기 위해 소련 측에서 현지인을 강제 노동시켜 지은 기념물이다. 요즘 게임 용어로 '마패'라고 할 수 있겠다. 아래는 내가 실시간으로 썼던 여행기의 일부다.

 

 

탑 위에 소련군이 눈을 부릅뜨고 비엔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기념비 뒤의 벽이 우크라이나 국기 색상으로 칠해진 것은 분명히 흥미롭다.
대충 광화문 광장 같은 곳
지하철 출구 치곤 예쁘다
슈테판 대성당. 오른쪽 공사중인 첨탑에 적힌 STOP WAR와 우크라이나 국기 색상이 눈에 띈다.
하늘을 찌르는 고딕 양식
앙커우어 인형시계. 센스있다. 근데 딱히 관광객이 없었다.
아름답지만 푸르진 않은 도나우 강
살짝 중심부에서 벗어나서, Augarten이라는 공원에 왔다. 목적은 단 하나, 저 앞의 무식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보기 위해서였다.
2차대전때 독일군의 방공진지(대공포 진지)로 사용되던 곳이라고 한다... 이곳이 나에게 의미있던 이유는...
내가 불과 일주일전까지 강원도 산꼭대기 어딘가의 방공진지에서 군생활을 하던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꼭 이곳에 오고 싶었다.
앞서 나온 건축가 훈데르트바서가 설계한 쓰레기 소각장. 예쁜 디자인으로 주민 반발을 무마했다나..
태권도장이 보여 반가운 마음에.
낯선, 이국적인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었음을.
무알콜 라들러는 지구상에서 가장 애매한 음료다... 무알콜 맥주보다, 레모네이드보다 맛이 없으며 0칼로리인 것도 아니다.
다음 목적지는, 1시간 거리에 가깝게 위치한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였다.

 

빈(Vienna) - #1. 지리덕후(또는 언어덕후)라면 꼭 한번... 지구본 박물관 & 에스페란토 박물관

 

빈(Vienna) - #1. 지리덕후(또는 언어덕후)라면 꼭 한번... 지구본 박물관 & 에스페란토 박물관

오스트리아, 빈(비엔나) Vienna, Austria Wien, Österreich 2022-07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2022년 시작된 내 200일간의 세계일주 첫 도시는 비엔나였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단 그냥 가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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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중 따로 업로드하는 지구본 박물관 & 에스페란토 박물관. 빈에서 가장 즐겁게 시간을 보냈던 곳.

오스트리아, 빈(비엔나)

Vienna, Austria

Wien, Österreich

2022-07

 

 

2022년 시작된 내 200일간의 세계일주 첫 도시는 비엔나였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단 그냥 가보지 않은 도시였고 마침 저렴하게 나온 항공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곳에서 내 세계일주의 첫 챕터, 동유럽 여행이 시작됐다.

빈에서 간 곳 중 한국어 가이드북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이색적이었던 곳은 바로 이곳이 아닐까 싶다.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에서 세운 지구본 박물관(Globe Museum), 그리고 같은 건물에 이어져 있는 에스페란토 박물관(Esperanto Museum)이다. 예전에 지구상의 진기한 여행지를 모아놓은 '아틀라스 옵스큐라(Atlas Obscura)'라는 책에서 읽고 위치를 저장해둔 곳이다. (책 추천!)

 

지구본 박물관! 지리를 좋아하고 지도나 지구본 보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꼭 방문해야 할 곳이었다. 그리 크지 않은 박물관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이곳에서만 난 2시간을 보냈다.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끼워팔기 격으로 함께 있는 에스페란토 박물관도 둘러보았다. (두 박물관 통합 입장권을 5유로에 판다.) 예전에 스페인어를 배우던 시절 알게 된 인공어 에스페란토에도 어느 정도 관심이 있었기에 두 박물관을 모두 갈 수 있어서 즐거웠다.

 

에스페란토를 상징하는 깃발. 에스페란토는 폴란드의 자멘호프 박사가 1887년에 만든 인공 언어로, 세계의 공용어를 목표로 했다.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지만, 지금도 일부 화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박물관 통합 입구에서. 통합 입장권을 5유로에 판다.

 

주변 길거리는 이렇다.
나에게는 지구본 박물관이 메인이었기 때문에 애피타이저 느낌으로 에스페란토 박물관에 먼저 들어갔다. 1906년 에스페란토 총회를 알리는 포스터. 당연히 에스페란토로 작성되어 있다.
에스페란토 찬트 정도 되겠다. 대략 로망스어(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계통과 유사하다.

 

각종 에스페란토 기념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실 무형의 언어를 소재로 한 박물관이라 전시물 중 흥미로운 것이 엄청나게 많지는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서울에서도 에스페란토 총회(Kongreso de Esperanto)가 2번이나 열렸었다는 점?

에스페란토! 바벨탑을 다시 쌓는 것처럼 낭만 넘치는 이상으로 만든 언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배우기 쉽게 문법적으로 쉬운 언어라는 점은 흥미롭지만, 결국 사실상 사멸해버렸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어서 메인 디시인 지구본 박물관으로 향했다. 엄밀히 말하면 Globe(구) Museum이기 때문에 지구본 말고 하늘의 별자리를 나타낸 천구(cellestial globe) 도 있고 달본(?)이나 화성본(?) 등 행성을 나타낸 globe도 있다.

다음에 향한 곳은 지구본 박물관. 각 시대의 지구본들이 전시되어 있다.
과거의 지구본(좌)와 천구(우)
너무 좋은 분위기의 박물관이다
여기서 처음 안 사실: 천구는 구조적으로 2가지 종류가 있다. 대부분의 천구는 (가상의) 우주 바깥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천구이다. 즉, 천구에 가려 보이지 않는 '천구의 중심'에 지구가 있다. 근데 이렇게 되면 천구를 읽는 사람은 실제 지구의 관측자와는 반대로 뒤집어진 상을 보기 때문에, 이를 반대로 나타난 천구도 일부 있다. 전자의 대부분의 천구를 볼록하다(concave)고 하고, 소수의 뒤집어진 천구를 오목하다(concave)고 한다.
모든 지구본의 본초자오선이 영국 런던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났던 것은 아니다. 기준점이 프랑스 파리였던 때도 있었다. 위 지구본처럼 본초자오선이 세네갈 다카르(구대륙 본토의 서쪽 끝)를 지나는 지구본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세네갈 다카르의 서쪽 끝이 본초자오선 위치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유럽/아프리카 대륙 내에서 동반구와 서반구가 지저분하게 나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렇게 되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뉴질랜드가 동반구에서 서반구로 튀어버린다는 단점을 깨달았다.)

 

오스트레일리아는 New Holland라고 불렸다.
과거 지구본과 현대의 지도를 컴퓨터로 비교해서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여기서 한 20분 보냈다. 유럽쪽은 나름 정확한데 다른쪽은 개판이다.
너무 옛 지도라 읽을 수 있는 지명이 많지는 않았다.
Globe Museum 답게 달과 화성도 있다. 이런 걸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다. 월본? 화성본?
이곳은 지구본 백화점!
지리덕후로서 행복한 2시간을 보내고 나왔다.

지리덕후, 언어덕후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스위스, 보 주, 몽트뢰

Montreux, Vaud, Swizerland/Suisse

2020-01

 

스위스 서부의 프랑스어권(레만 호수 권역의 도시)에서 처음으로 방문한 도시, Montreux 방문기이다.

독일어까지는 발음이 쉬웠는데 프랑스어권 도시라 그런지 발음이 낯설다. 대충 마지막 x는 발음 안하는 것 같다.

같은 나라임에도 권역에 따라 쓰는 언어가 완전히 다르다는 게 신기하다.

 

몽트뢰에서 갈만한 여행지는 중세시대 성인 시옹 성(Château de Chillon), 그리고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 동상 정도가 있다. 한국에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로 널리 알려진 전설적인 그룹 '퀸'의 프레디 머큐리가 스위스에 체류할 적에 살던 곳이라고 한다.

스위스 패스로 기차를 타고 몽트뢰 역에 도착했다.
역과 마을은 한적하다
레만 호수를 배경으로. 레만 호수 권역의 도시들을 많이 가게 된다. 제네바, 니옹, 로잔, 브베, 몽트뢰... 그리고 건너편 프랑스의 에비앙까지.
정어리 떼!
프레디 머큐리 동상이다. 이때는 <보헤미안 랩소디>를 안 봤을 때여서 잘 모르고 갔다.
거위가 때때로 머리를 박으며 놀고 있다
심슨 패밀리
몽트뢰의 시옹 성 인근에 도착하니 레만 호수 연안의 몽트뢰가 한눈에 보인다.
몽트뢰 최고의 랜드마크 시옹 성!
시옹 성은 어릴적 동경하던 멋진 중세 성답게 다리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다.
스위스 패스로 무료로 추가요금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안에는 한국어 가이드북도 있었다.
레만 호수의 풍경이 살짝살짝 보인다
성의 곳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바로 옆 마을 브베(Vevey)였다.

브베(Vevey) - 스위스의 찰리 채플린, 네슬레, 대형 포크(fork) 마을

 

브베(Vevey) - 스위스의 찰리 채플린, 네슬레, 대형 포크(fork) 마을

스위스, 보 주, 브베 Vevey, Vaud, Switzerland/Suisse 2020-01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레만 호수 권역(보 주)에 들어오면서 프랑스어를 쓰는 지역으로 진입했다. 브베는 레만 호수 북안의 작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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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카탈루냐, 바르셀로나, 캄 노우

Camp Nou, Barcelona, Cataluña/Catalunya, Spain/España

2019-02

 

2018-19 라 리가 24R
FC 바르셀로나(FC Barcelona) 1-0 레알 바야돌리드(Real Valladolid)
@Camp Nou
득점: 43'리오넬 메시
관중수: 67,435
입장료: 100,071원 최종 인출(공식 홈페이지 구매)

 

*FC 바르셀로나의 홈 경기장 이름 Camp Nou은 2017년에 외래어 표기법이 '캄 노우'로 확정되었다. 하지만 그 전부터 사용되던 '누 캄프'(영어식) 또는 '캄프 누'가 더 입에 익은 듯하다.

캄 노우까지는 지하철로 쉽게 갈 수 있다
돈이 없어서 꼭대기 자리로 예매했다. 10만 원.
워밍업중인 선수들
Welcome to Camp Nou
선수 입장. 선수들이 보이긴 보인다
라 리가 클럽 답게 서포터즈와 응원은 빈약하다
카탈루냐의 깃발을 들고 응원하는 바르셀로나 팬들
전반전, 리오넬 메시가 페널티 킥으로 득점했다
최종 관중수는 67,435명이었다. 거의 10만 석을 자랑하는 캄 노우 경기장이니 사실 빈 자리는 많은 셈이다.
웅장한 캄 노우

 

경기장 분위기. 꼭대기인거에 비해, 각도가 가파른 편이라 시야가 엄청 나쁘진 않다.

G.O.A.T
후반전, 메시가 두 번째 페널티킥을 차게 되었다. 결과는?(아래 동영상)

 

경기 끝나고 지하철도 혼잡할 테고 시간을 좀 더 보내고자 해서 FC 바르셀로나 구단 스토어에 들렀다

 

중국의 춘절 즈음이라 한자 표기가 적힌 유니폼을 팔고 있었다. 매화나무 매(梅)에 서녘 서(西)를 써서 메시구나...
시간을 꽤 보냈음에도 여전히 지하철은 혼잡했다

죽기 전에 메시가 뛰는 것을, 그리고 득점까지 한 것을 보아서 흐뭇했다.

몇년 후 카타르 월드컵 기간에 열흘간 현지에 있었으면서도 아르헨티나 표를 끝내 구하지 못해 메시를 못 본 걸 생각하면, 이때 가기를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스위스, 보 주, 브베
Vevey, Vaud, Switzerland/Suisse
2020-01

레만 호수 권역(보 주)에 들어오면서 프랑스어를 쓰는 지역으로 진입했다.

브베는 레만 호수 북안의 작은 마을인데 의외의 인지도가 있다.

 

1. 미국에서 초기 영화계를 이끈, 영국의 전설적 영화 감독 찰리 채플린(Charles Chaplin)이 말년을 보낸 곳이다. 미국의 광신적 반공주의인 매카시즘에 지쳐 미국을 떠난 1953년부터 작고한 해인 1977년까지 꽤 오래 머물렀다. 

2. 네스퀵으로 유명한 식품회사 네슬레(Nestlé)의 본사가 있다.

3. 네슬레에서 만든 대형 포크 조형물이 있다.

 

우리는 스위스 패스도 있고 여유도 있고 해서 그냥 잠시 들러봤다.

 

마을 풍경. 저 멀리 레만 호와 눈 덮인 산이 보인다. 
내가 좋아하는 레만 호 위의 대형 포크(fork). 호수 건너편, 거의 포크를 경계로 스위스(왼쪽)와 프랑스(오른쪽)이 나뉜다.
친구와 컨셉샷
찰리 채플린 마을답게 그의 동상이 우리를 맞이한다
찰리 채플린이 살던 집 겸 박물관. 스위스 패스로 들어갈 수 있을 줄 알고 버스로 찾아갔는데 안된대서 그냥 포기하고 떠났다. 입장료가 비쌌고 기회비용은 컸다.

이란, 테헤란 주,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

Azadi Stadium, Tehran, Tehran, Iran

ورزشگاه آزادی

2016-10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 1-0 대한민국

@아자디 스타디움, 테헤란

 

굳이 이란에 10월에 간 이유이자, 이란 여행의 최대 하이라이트였다. 바로 그 유명한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월드컵 예선 - 대한민국과 이란의 경기를 보기 위해 테헤란에 갔다.

 

(2022년 이전까지) 이란은 남자축구 경기에는 남자 관중만, 여자축구 경기장에는 여자 관중만 받는 매우 보수적인 국가였다. 그래서 이날 경기장에 온 8만 명의 관중은 (극소수의 한국 여성을 제외하고) 모두 남성이었다. 현재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란 모두 관중 규제를 해제했으니 이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이 됐다. 8만 남성의 일방적 홈 팀 응원에 더해져, 아자디 스타디움이 위치한 테헤란이 산소가 희박한 해발 1300m 고지대에 위치해있다는 점 때문에 아자디 스타디움은 '원정팀의 지옥'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특별하게도 이날 경기는 이란의 국교인 이슬람 시아파의 최대 연례 행사이자 추모일인 '아슈라(Ashura)' 기간에 열린 경기였다. 아슈라 기간에 이란 사람들은 온갖 추모 의식을 하고 엄숙해진다. 그래서 (현지인 말에 따르면) 보수적인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이날 축구경기를 하는 게 바람직한 일이냐고 비판했다고 한다. 추모 기간 답게, 평소 이란 팀의 홈 경기와는 달리 관중들이 흰 옷이 아닌 검정 옷을 입고 있는 또다른 진풍경을 볼 수 있다.

 

테헤란에 도착하고 나서도 티켓을 어떻게 구하는지 방법을 몰라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주 이란 한국 대사관 홈페이지에 공지가 올라왔다. 친절하게도 무료 단체 왕복버스와 원정석 입장 서비스를 제공해준단 내용이었다. (대한민국 만세) 이렇게 가게 된 한국인 팬들과 교민들은 다 합쳐서 이백여 명 남짓이었다.

이날은 이슬람 시아파의 연례 추모 행사일인 아슈라(Ashura)여서 사람들이 모두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그래서 한국 대사관에서도 되도록이면 붉은 옷을 입지 말아달라고 권고했었다.
이슬람 혁명을 성공시킨 호메이니와 현재 지도자(이맘) 하메네이의 사진이 인상적이다
선수 입장 그리고 국가 연주

선수 입장과 함께 FIFA Anthem이 나온다. 가장 설레는 순간이다.
이란 국가가 연주되면서 엄청난 위용의 이란 국기가 올라온다

휠체어 좌석이 따로 없고 친절하게도(?) 트랙에서 경기를 보게끔 한다
경기장은 낙후된 분위기다. 아자디 스타디움은 1974년 아시안게임 개최를 위해 지어졌으며, '아자디(Azadi)'는 '자유'라는 뜻이다.
화장실도 낡았다. 그리고! 남자 화장실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 원정팬들이 당황하면서 공용으로 화장실을 쓸 수밖에 없었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이란 국기가 또 재활용된다
분명 아슈라 기간이라 추모 분위기라 들었는데, 옆의 관중들의 분위기는 상당히 도발적이었다
한국이 실점하거나 찬스를 놓치면 옆에서 조롱하는 반응이 격렬했다 (이런 반응이 나쁘단 건 아니다)
대사관에서 나눠준 간식. 대한민국 또 만세
사실 트랙 있는 종합운동장이어서 시야는 좋지 않았지만 내가 여기에 있단 것 자체로 너무 신기하고 행복한 경험이었다
경기력은 졸전 중의 졸전이었다. 당시 감독이 슈틸리케였으니... 이때부터 슬슬 욕 많이 먹기 시작했다. 결국 마지막까지 월드컵 진출이 아슬아슬했다
아자디에서 가족사진을 찍다!
졸전 끝에 경기는 0-1로 패했다
경기 끝나고 선수들이 교민들을 만나러 왔다
현지 기자가 열심히 나를 찍길래 나도 찍어 줬다
대사관에서 안전 문제로 모든 관중이 퇴장할 때까지 기다려 달래서 한참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함께 기다린 한국인들. 한국 여성분들도 다 히잡을 써야 했다.
기다리는 중에 이란 형들이 다가와서, 같이 사진찍고 국기를 교환했다
이때 받은 이란 국기는 지금도 잘 보관중이다

경기 결과는 아쉬웠지만, 아자디 스타디움이라니! 축구팬으로서 하기 쉽지 않은 경험을 해서 참 영광이었다.

경기 끝나고 한국 교민 버스를 둘러싸고 이란 차량들이 엄청나게 나팔을 울려대며 이란 응원을 해서 피곤한 나를 잠도 못 자게 하긴 했지만, 신나는데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때 이후로 이란은 호감이어서, 2019년 UAE 아시안컵에서나,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이란 경기를 볼 때면 이란에 마음이 갔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보게 된 웨일스 0-2 이란. 같은 아시아 팀으로서 이란의 승리에 함께 기뻐했다.

 

모로코, 마라케시
Marrakech, Morocco
مراكش
2019-02

 


마라케시! 모로코라는 국명이 유래한 도시이자 모로코 여행의 핵심 도시다.
사막 한복판에 있어서 여행자들이 기대하는 모로코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멀리 보이는 눈덮인 아틀라스 산맥은 이곳이 다른 사하라 사막이 아니라 모로코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이곳을 모로코 여행의 첫 도시로 정한 이유는,

첫째, 마라케시에서 출발해서 동쪽 메르주가(Merzouga)의 사하라 사막까지 갔다가 페스(Fes)로 향하는 2박 3일 사막 투어를 하기 위해서였고,

둘째, 탕헤르(Tangier)에서 스페인으로 배를 타고 모로코를 떠나기 위해서였다.

2박 3일 투어는 중간 동선 상의 여러 여행지를 지난다. 투어는 시장 인근에서 협상으로 예약해야 했는데 이게 은근히 골치아팠다. 가격은 기억나지 않는다.

마라케시 메나라 공항. 2026 월드컵이나 각종 클럽월드컵에 지속적으로 비딩(개최 신청)한 나라 답게 공항이 깔끔했다. 첫인상이 좋다.
밤에 도착한 자마 엘 프나 시장. 간판에는 서사하라까지 포함된 모로코의 영토가 그려져있다.
숙소 옥상 테라스에서 조식 먹으며 찍은 아틀라스 산맥. 이곳이 모로코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자마 엘 프나 시장
오렌지를 많이 팔기도 하고
이렇게 갈아 주기도 하는데 정말 맛있다
마조렐 정원-입 생 로랑 맨션. 입생로랑과 관련있는 곳.
입생로랑 전시
아틀라스 산맥!
모로코 전통 음식이라는 타진(왼쪽), 쿠스쿠스(오른쪽)이다. 엄청 맛있진 않지만 먹을만해서 이후 다른 나라들에서도 몇 번 먹은 적이 있다.
엘 바디-크시발 나스 궁전 / 이곳은 황새로 유명하다. 숨은 황새 둥지를 찾아보자.
엄청 커서 왜 서구권에서는 황새가 애를 물어다 준다는지 알 것도 같았다.
위풍당당 황새
궁전은 여기까지
모로코 잼민이들
Ecole이 적힌 걸로 보아 학교인데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이곳 학교들은 대부분 외부에서 안 보이게 설계되어 있는 것 같다.
향신료 가게
멀리서도 보이는 코우토우비아 모스크
펄-럭

이후 마라케시를 떠나 2박 3일 사하라 사막 투어를 떠난다.

아이트벤하두(Aït Benhaddou) - 모로코의 사막 요새 마을

 

일본, 도쿄

Tokyo, Japan

日本, 東京

2016-05

 

 

FC서울의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우라와 레드와의 원정경기를 보러 2박 3일로 여행했을 때의 짧은 기록이다.

경기는 근교 도시인 사이타마(Saitama)에서 열렸지만, 사이타마가 대충 서울로 치면 성남이나 고양 격의 베드타운이기에 대부분의 일정은 도쿄에서 보냈다.

워낙 크고 정신없는 도시라 머릿속에 지도가 잘 남지 않는다.

나리타 공항으로 왕복했다.

아사쿠사에서 본 도쿄 스카이 타워. 완공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노약자석이 1세트에 5석인 모습을 보고 한국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았다

첫 번째 방문지: 아사쿠사 신사

일본의 경복궁, 종묘 격 되는 관광지다

진입로는 상점들로 분주하다
향 냄새를 신기해하는 양인들
전국 각지에서 수학여행 온 교복 입은 학생들로 가득하다

두 번째 방문지는 사이타마 시(市)인데 이건 도시가 다르니 다른 글에 올린다. 철도 박물관 가고 축구 봤다.

사이타마(Saitama) - #1. 우라와 레드 vs FC서울, 사이타마 스타디움 원정 응원기

 

세 번째 방문지: 신주쿠 - 숙소가 싸서 갔다.

FC서울 경기를 보고 밤에 도착했다. 신주쿠의 밤은 유흥으로 가득하다. 난 거지에 쫄보라 잠만 잤다.
아침의 신주쿠는 조용하다
밤에는 시끄러웠던 유흥가의 모습이다

 

네 번째 방문지: 아키하바라

오타쿠는 아니지만(!) 흥미로운 곳이라 갔다.

메이드 카페 찌라시

다섯 번째 방문지: 오다이바 섬

캐주얼하게 갈 수 있는 온천이 있대서 육지에서 경전철을 타고 갔다

오다이바로 들어가는 레인보우 브릿지
온천이 싸고 괜찮대서...
유카타도 빌려주길래 한컷
노진구는 극혐이지만

마지막 방문지: 도쿄 타워

 

너무 짧게 간 것 같다. 다시 가야겠어.

뉴질랜드, 남섬, 캔터베리, 크라이스트처치
Christchurch, Canterbury, South Island, New Zealand
2018-07

 

크라이스트처치, 뉴질랜드 남섬에서 가장 큰 도시다.

뉴질랜드 일주 여행을 계획할 때, 원점 회귀할 생각이 아니라면 보통은 북섬의 오클랜드(Auckland) 또는 남섬의 크라이스트처치 한 곳에서 출발하는 한붓 그리기를 하게 된다.

 

그래서 별 생각 없이 시드니에서 크라이스트처치 가는 항공권을 결제했었다. 그런데 막상 가려고 계획하니 크라이스트처치의 대부분 여행지가 2011년 2월의 대지진으로 파괴되었고, 도시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정보를 듣게 되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크라이스트처치를 일정에서 뺐다.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 새벽에 도착해서 시간을 보내다가, 버스를 타고 터미널 주변만 간단히 둘러본 후, 남섬 내륙으로 들어가는 일정이었다.

 

사실 공항 주변의 국제 남극 센터(International Antarctic Centre)에는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안 맞아 못 갔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서 국제선을 타고 날아 이곳 크라이스트처치에 도착했다. 이마트 장바구니가 참 멀리까지 따라왔다.
공항에서 버거킹을 먹었다. 드디어 버거킹을 '헝그리 잭스(Hungry jack's)라 부르는 이상한 나라 호주에서 떠났음을 느꼈다.
중심부의 모습. 건물이 붕괴되어 재건중이다. 많은 건물들이 이랬다.
여기도 저기도 공사중이었다
버스 터미널에서 본 노선버스 안내 책자들이 정갈해서 찍었다
금방 이런 뉴질랜드스러운, 양들이 뛰노는 내륙으로 진입했다

길진 않으나 뉴질랜드 이야기의 시작이 되는 도시여서 올렸다.

모로코, 아이트 벤하두
Aït Benhaddou, Morocco
ⴰⵢⵜ ⴱⴻⵏⵃⴰⴷⴷⵓ, (베르베르어)
آيت بن حدّو (아랍어)
2019-02

 


마라케시(Marrakech)에서 출발한 2박 3일 사막 투어의 첫 목적지, 아이트 벤하두. 이쪽 지명은 이름이 어렵다.
사하라 특유의 흙으로 된 집들로 이루어진 요새로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차량 투어 중 정차해서 요새의 정상까지 걸어서 다녀왔다.

 

마라케시에서 출발한 지 몇 시간이 지나, 아틀라스 산맥을 넘는다
아틀라스 산맥의 정상부에는 눈이 덮여 있다. 아프리카에서 보는 눈이라니!
아이트 벤 하두에 정차하며 강 건너 요새에 다녀올 시간을 준다
정말 전형적인 사막 마을이다. 마치 영화에 나올 것만 같은데 실제로 여러 영화에 나왔댄다.&nbsp;글래디에이터, 미이라, 페르시아의 왕자, 왕자의 게임 등등..
왔으니까 한컷
기념품샵의 야옹이들
요새를 천천히 오른다
정상부에 도착했다
정상부에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우리가 건넜던 말라버린 강이 보인다

아이트 벤하두는 여기서 끝. 다음 목적지는 와르자자트(Ouarzazate)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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