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라 봄보네라
La Bombonera, Buenos Aires, Argentina
2018-02

아르헨티나 1부리그 직관
보카 주니어스(Boca Juniors) 4-2 산 마르틴(San Martin)
@라 봄보네라(La Bombonera)

 

<예전에 페이스북에 쓴 글 긁어옴>

남미 축구일기2 - 우여곡절 많았던 보카 주니어스 홈경기 직관기
1편(우루과이)에서 대충 이어짐(아래 링크)

몬테비데오(Montevideo) - #1. 우루과이 최고 명문 나시오날(Nacional) 홈경기 직관


1. 보카 주니어스 홈경기는 비싸다. 
축구에 미친 아르헨티나의 국민팀이다. 아르헨티나 구단들은 입장권을 소시오(평생회원)에게만 파는데 보카 주니어스는 인기가 넘쳐서 소시오의 수가 경기장 규모를 훨씬 초과한다. 소시오 간에도 예매 경쟁이 심하다. 그렇기에 일개 여행객이 공식적인 루트로 표를 구할 방법은 없다. 암표도 가짜 티켓이 많아서 위험하다. 실제로 여행 전, 보카 홈경기 다녀왔던 사람들의 블로그 후기를 검색했을 때 위조 티켓에 속아서 10만원 이상 날린 사람들의 글이 종종 있었다...(홈경기 직관 후기인줄 알고 읽었는데 갑자기 홈구장 방문기로 끝남) 그렇다 보니 나름 안전한 루트를 찾았고, 결국 소시오에게는 2만원이 정가인 표를 덕지덕지 프리미엄 붙은 16만원이라는 가격에 구했다.

2. 보카 주니어스 홈경기는 좀 위험하다. 
보카 지역 자체가 빈민가이자 우범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동양인 혼자 밤길을 거니는 건 그 사람한테 권총강도 페티시가 있는 거라 보면 된다. 그래서인지 보카 지역을 대표하는 보카 주니어스의 홈구장 역시 위험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훌리건이 심해서 사람이 죽은 적이 있다고... 그래서 안전을 위해 사설 여행사의 축구 투어 프로그램이 있을 정도이다만, 투어에는 별 대단한 게 있는 게 아니다. 단지 입장권을 구해주고 경기장 오갈 때 차로 데려다주고 경기를 같이 봐주는 게 전부이다. 이걸 하려고 했더니 1인 20만원을 넘어가서...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인터넷에서 보카 주니어스 경기를 꼭 보고 싶어 하는 한국인 남자 3명을 더 찾았다. 남자 4명의 토탈 전투력이면 적어도 죽진 않겠지 하는 마음으로 카톡방을 만들고 돈 모아 표를 구해서 경기장에 투어 없이 가기로 했다. 넷 모두 인당 16만원이란 가격에 놀랐지만, 다들 돈이 많은 건지 나사가 풀린 건지 흔쾌히 돈을 모아 결제했다. 놀랍게도 이들 4명은 모두, 사전에 아무 논의도 없었음에도 보카 주니어스 유니폼을 어딘가에서 사서 경기 당일 입고 있었다. 축덕들이란... 다행히 유니폼을 입고 있던 덕에 사람들이 좋아해 주었고, 우리의 생존율이 높아졌다.
 경기장에 갈 때는 다들 탈탈 털려도 될 복장으로 갔다. 귀중품은 두고 갔고, 나는 특히 여행 막바지라 비장한 마음으로 핸드폰 SD카드도 빼고 갔다. 이때 6만원짜리 이과수행 버스표 예매했던 것도 어딘가에 빼 놨었는데 다시 못 찾는 바람에 나중에 터미널에서 멘붕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경기 전날, 안전한 낮에 보카 지역에 한 번 왔었다. 경기장 앞에서 유니폼도 샀다. 엠블럼에 별이 많으면 보통은 우승 횟수가 많다는 뜻이고 즉 명문 구단이라는 뜻이지만 얘넨 좀 과한 듯하다. 우리 우승 엄청 했어!!!!!!!같은 느낌
이것이 그 16만원짜리 티켓... 어디 구석진 곳에서 비공식적인 재판매원에게 중고 티켓을 받았다. 우리 4명은 티켓의 정가가 2만원도 채 안 되는 걸 알고 광광 우럭따 / 티켓 앞면에는 무려 보카 출신 마라도나가 있다
경기장에 들어가려면 이런 보안 검색을 4번쯤 거쳐야 한다. 물병, 라이터 등 웬만한 건 다 뺏긴다. 물병 가지고 들어갔다가 경찰관 아저씨가 보자마자 저 멀리 던져버려서 마음의 상처를...ㅠㅠ 마실 틈도 주지 않았다. 이래놓고 정작 현지인들은 라이터를 신발 안에 넣고 들어가서 안 걸린다. 그래서 관중석에는 담배랑 대마초 냄새가 계속 진동한다...
여기 있기 위해 16만원씩 들인 4명의 나사 빠진 사람들. 서로 아무 말도 안했는데 모두 유니폼을 입고 온 모습이다.
경기 시작 한참 전. 이 사진에서 스탠드(계단이라고 불러야 하나?)랑 난간이 보이는 게 아마 마지막으로 보이는 걸 거다. 사람이 들어차면 저 스탠드 한 칸마다 사람이 서 있고, 난간에도 사람이 올라가 서 있다(믿기지 않겠지만 가능). 그래서 안전을 위해 다들 앞사람 어깨에 손 올리고 경기 봄... 90분 내내 신체접촉을 안 한 적이 없었다.
경기 시작 한 시간 전쯤부터 응원이 시작된다. 난간에 옆으로 앉아서(떨어지면 최소 중상) 담배 들고 응원가 부르는 모습이 인상적. 이쯤에 화장실에 한번 용기 내 다녀왔는데 계단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인파에 밀리다가 3칸 정도 밀려 떨어졌다. 워낙 사람이 빽빽해서 아무도 넘어지진 않았지만... 압사의 위협을 처음으로 느꼈다. / 그리고 그 화장실은 정전으로 칠흑같이 어두웠다.

 

사람들이 이렇게 난간에 앉아 있다. 경기 시작 한 시간 전 쯤 물 뿌리는 중인데 이미 양쪽 골대 뒤 서포터석은 꽉 찼다. 아, 참고로 아르헨티나 1부리그에는 원정팬이 없다! 원정팬 받으면 종종 큰일 날 것 같긴 하다.
하늘이 예뻐서 찍음. 미세먼지 파티인 요즘 맑은 하늘이 너무 그립다.
뜬금 셀카. 인구밀도가 축구장인지 양계장인지 잘 모르겠다. 뒷사람이 날 자꾸 찍어눌러서 경기 내내 살기 위해 몸싸움을 해야 했다. 골 넣으면 실제로 한 두 칸씩 밀려 떨어졌는데... 이날 보카가 4골이나 득점해 좀 힘들었다. 그리고 한번은 옆에 아저씨 담배 꽁초가 내 다리에 스쳐서 식겁하기도 했고... 오기 전에는 경기장에서 사람이 죽은 적 있대서 신기했는데, 오고 난 뒤에는 지금까지 한 명도 죽은 적 없으면 그게 더 신기한 일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놀랍게도... 모든 사람들은 현재 서 있는 상태다. 아이는 목마를 타고 있다. 그리고 저 사람들은 난간 위에 서 있다. 이곳에서 오방천은 장식용, 뽀대용이 아니라 안전용이었다.
드디어 경기 시작!
선수들이 들어오니 응원 열기가 더 폭발했다. 감동받아서 울 뻔.

 

동영상은 경기 시작 한참 전에 찍었다. 경기 시작 후에는 뒷사람과 옆사람의 누르기 공격 때문에 도저히 동영상을 찍을 수 없었기 때문...

경기 사진도 하나쯤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넣음. 경기 얘기하자면 카를로스 테베스가 1골 1도움 해서 다행히 보카가 4-2로 이겼다. 정말 다행이었다. 후반 막판 3-1에서 3-2가 될 때 순간 갑분싸하길래 집에 못 가는 줄 알았다.

 

해가 지면 대략 이런 모습이다. 참고로 경기 시작 후에는 사진이 얼마 없다. 물리적으로 두 손을 위로 빼내서 카메라를 안 흔들리게 찍기가 상당히 어려웠기 때문..

 

밤의 분위기는 이렇다

 

파라과이, 알토 파라나, 시우다드 델 에스테
Ciudad del Este, Alto Paraná, Paraguay
2018-02

 


아르헨티나 푸에르토 이과수(Puerto Iguazú)에서 이과수 폭포 여행을 마치고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시온(Asunción)으로 가는 여정이다. 파라과이 입국 루트는, 이번 글의 주제 도시인 시우다드 델 에스테(동쪽의 도시라는 뜻)이다.

어떤 사람들은 아르헨티나 쪽 이과수 폭포를 보고 다음날에는 브라질 쪽 이과수 폭포를 보기도 한다(역순도 있다). 하지만 나는 시간도 많지 않았고, 결국 이과수 폭포의 간판인 '악마의 목구멍(Devil's Throat)'이 아르헨티나 쪽에 있기 때문에 아르헨티나 쪽 이과수만 보고 파라과이로 향하기로 했다.

아르헨티나의 국경도시 푸에르토 이과수에서 파라과이의 국경도시 시우다드 델 에스테를 가려면 어쩔 수 없이 브라질의 도시인 포스 두 이과수(Foz do Iguaçu)를 거쳐야 한다. 반드시 국경을 두 번 통과하여 브라질에 입국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르헨티나에서 바로 파라과이를 가는 방법을 찾아봤는데, 아르헨티나의 푸에르토 이과수에서 파라과이 가는 버스를 타면 중간에 브라질을 버스가 무정차 통과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 방법을 선택했다.

여담으로, 원래 이과수 폭포는 파라과이의 영토였지만 전쟁으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게 빼았겼다. 그래서 그들의 영토는 이과수 폭포를 바로 앞에 두고 멈춘다.

아르헨티나의 푸에르토 이과수 버스터미널
아르헨티나 푸에르토 이과수에서 파라과이 시우다드 델 에스테로 가는 버스 티켓. 당시 물가로 40페소였다.
버스 시간은 1시간 45분 정도였(어야 했)다.
중간에 아르헨티나-브라질 국경에 도착하면, 버스에서 내려 아르헨티나 출국 심사를 한다. 브라질 입국 절차는 없이 그냥 통과한다. 사진 왼쪽은 브라질, 오른쪽은 파라과이.
브라질에는 정식 입국한 게 아니고, 포스 두 이과수는 무정차 통과하기 때문에, 버스 창문으로 브라질을 구경할 수밖에 없다.
생애 첫 브라질 방문! 광고판이 스페인어가 아니라 포르투갈어다.

 

브라질의 포스 두 이과수 도시를 통과해 이제 브라질-파라과이 국경에 도달했다. 파라나 강을 건너는 다리를 건너야 파라과이다.
정식으로 브라질에 입국하지 않았으니 출국 절차도 없다. 사진 왼쪽은 파라과이, 오른쪽은 브라질.

 

여기서 첫 번째 문제 발생. 대부분 남미 사람들은 국경을 서로 자유 왕래할 수 있기 때문에 입국 신고를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나 같은 외딴 동양인은 국경 Immigracion에 들러서 입국심사를 받지 않으면 불법 체류자가 된다. 그런데, 사전 정보를 조사하던 중에, 버스 기사에게 적극적으로 언급을 하지 않으면 기사가 Immigracion을 정차하지 않고 그냥 바로 터미널로 가버린다는 정보를 알게 됐다. 그래서 기사에게 여러 번 나를 국경에 내려달라고 말을 했더니, 이번에는 기사가 그냥 국경에 나를 버리고 떠나버렸다. (입국 도장 찍고 나서 알았다...)

 

원래 일정이라면 시우다드델에스테 터미널에 내려서 바로 아순시온 가는 버스를 탔어야 했지만, 뜻밖의 시우다드 델 에스테 시내 관광을 하게 됐다!
대체적으로 아르헨티나, 브라질보다 꼬질꼬질하고 지저분한 느낌이다. 위험한 것도 같다.
아르헨티나, 브라질에선 잘 보이지 않던 모습.
한참을 걸어 파라과이 아순시온 가는 차를 탔다. PRG 60,000대신 그에 상응하는 USD 12를 지불했다. 버스 소요 시간은 6시간.
버스를 타기 직전, 지나가는 행인과 부딪혀 핸드폰 화면이 깨졌다. 그래서 터치가 불가능해져서 이때부터 핸드폰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우습게도 볼륨 키를 꾹 누르면 카메라는 켜져서 사진은 찍을 수 있었다. 이제 여기서부터 웃픈 고난의 시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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