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SVO)에 도착하자, 설국이었다.모스크바 한복판에서 우연히 (한국에서 알던) 친구와 만날 확률은?모스크바 볼쇼이 극장 앞붉은 광장의 입구 중 하나굼 백화점 옆 빛나는 거리 - 밤에는 더 빛난다
호화로운 굼 백화점(소련 시대에 지어진 국영 백화점)그 유명한 성 바실리 대성당. 테트리스가 생각난다. 내부 입장료는 비싸서 굳이 들어가진 않았다. 정교 성당 안에는 여러번 가보기도 했고...붉은 광장에 놀이공원이 들어섰다붉은 광장에 밤이 찾아온다굼 백화점 옆 거리는 빛나기 시작한다
굼 백화점에서 시간을 보내다 나오니, 흰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여행 중 처음으로 만난 눈에 감격스러웠다
눈발이 강해 성 바실리 대성당이 저 멀리 흐릿하게 보인다내가 (하얘진) 붉은 광장에 왔다!이후 아르바트 거리로 향했다날씨도 좋지 않고 해서 사람이 많지 않다고려인 가수 빅토르 최 기념 벽에 왔다빅토르 최아르바트 거리는 스탈린 양식의 거대한 외무부 건물에서 끝난다아르바트 거리의 서점에서 발견한 기념품 책. 아주 작은데도 ISBN-13(도서에 붙는 바코드 양식)까지 있어 신기해서 찍었다.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주, 브라티슬라바 Bratislava, Bratislava Region, Slovakia Bratislava, Trnavský kraj, Slovensko 2022-07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에는 수도로서 특이한 점이 있다. 수도인데도 불구하고 도시의 위치가 슬로바키아의 서쪽 끝에 치우쳐, 오스트리아와의 국경 지대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비엔나)도 오스트리아의 동쪽에 위치한 편이기 때문에, 두 국가의 수도 간의 거리는 차량으로 1시간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군사적으로 이런 수도 배치를 두고 '종심(depth)이 짧다'라고 하는데, 보통 적대적인 나라끼리는 이렇게 수도를 상대국 국경 옆에 두지 않으려고 한다. 수도를 천도하든지(예: 세종시), 상대국을 침공하든지(예: 모스크바) 해서 어떻게든 종심을 길게 확보하려 하는 것이 모든 국가의 본능이다. 그러니 브라티슬라바의 경우는 상당히 특이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현재로서는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두 나라간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0에 가까우므로 큰 의미는 없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세계일주 첫번째 도시인 비엔나의 다음 도시는 브라티슬라바가 되었다. 플릭스버스(Flixbus)를 타고 1시간 25분에 걸쳐 이동했다. 요금은 6유로에 불과했다. 시간이 1시간보다 더 걸린 이유는 중간에 빈 국제공항을 경유했기 때문이다. 두 나라 모두 솅겐 조약의 가입국이기 때문에 국경에서 별다른 절차는 없었다.
브라티슬라바의 플릭스버스 터미널은 도나우 강을 건너는 다리(Most SNP)의 북단에 위치한다. 도보로 쉽게 시내로 진입할 수 있다.
저 위로 브라티슬라바 성이 보인다.브라티슬라바 올드 타운을 지나는 트램트램이 구시가지 한가운데를 지나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사실 브라티슬라바에서 해야 할 일은, 인접 도시에 가서 축구(UEFA 유로파 컨퍼런스리그)를 보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 전에 기차표를 구하고 간단히 도시를 둘러보기로 했다.
슬로바키아 대통령궁군 전역 직후여서 그런지 경계근무를 서는 의장대가 눈에 띄었다축구 경기가 열리는 인접 도시로 가는 기차표를 사러 일단 기차역에 갔다기차로 한시간 정도 거리인데 2.35유로밖에 되지 않는다. 창구의 직원은 영어를 전혀 하지 못했다. 동유럽에 진입했음을 실감했다. / 결과적으로 이 기차표는 쓰지 못했다.동유럽 사회주의풍의 모자이크가 장식된 브라티슬라바 중앙역 내부WIEN(오스트리아), BRNO(체코)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눈에 띈다. 사실 체코와는 최근까지 '체코슬로바키아'라는 이름의 한 나라였다.
기차표를 구한 뒤 언덕 위에 위치한 슬로반(Slovan)이라는 소련군의 2차대전 도시 해방을 기념하는 공원에 다녀왔다. 러시아애들은 이런 걸 남기는 걸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언덕 위에 위치한 러시아군 추모 공원 슬로반(Slovan)의 모습
건물 내부에는 헌화와 1945가 적힌 비석이 있다건물의 천장에는 소련을 상징하는 붉은 별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다
건물 외벽에는 슬로바키아의 주요 도시가 해방된 날짜가 양각으로 적혀있다(브라티슬라바: 1945년 4월 6일)소련군 묘지. 저 멀리 브라티슬라바 시내가 내려다보인다.최근에도 추모를 위해 다녀가는 사람이 있나보다
러시아식 십자가가 눈에 띈다높은 건물이 많지는 않은 브라티슬라바 시내
다시 시내로 내려왔다. 축구를 보러 가야 했다.
브라티슬라바 올드 타운
광장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고발하는 홍보물이 가득했다맨홀 아저씨. 구글맵에 나름 유명하게 나오길래 들렀다
사실 브라티슬라바 방문의 제1목적은 도시 구경보다 축구를 보는 것이었다. 위 링크는 브라티슬라바 시내 한복판에서 북아일랜드 서포터즈를 만나 그들과 함께 경기장에 다녀온 이야기이다.
축구를 보고 오니 늦은 밤이었고, 다음날 바로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로 떠날 준비를 했다.
다시 브라티슬라바 중앙역에 와서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가는 기차표를 예매했다. 15.3유로.기차여행에는 낭만이 있다슬로바키아와 헝가리의 국경을 이루는 하천 위에서헝가리 쪽 철도 공사 문제로 Szob역에서 하차당했다. 이후 기차 대체편으로 제공되는 버스로 갈아타게 되었다.국경지대의 한적한 이 헝가리 시골역은 뜻밖에도 많은 손님을 받게 되었다.
요즘은 우크라이나 측 요청으로 키이우라 부르지만 나는 키예프 시절 여행했기에 아직 키예프가 더 입에 붙는다.
사실 그 당시에도 영어 표기는 Kyiv가 Kiev보다 더 우세한데 대체 왜 키예프라 부르는지 의문이긴 했다.
아무튼, 도시 이름이 중요하지 않던 시절의 랜덤 사진들이다. (무보정)
물가가 엄청 싸서 행복했던 기억이 강렬하다.
독립 광장(마이단). 유로마이단의 그 마이단이다.황금문(Золоті ворота)지하철 토큰핵전쟁광 소련에서 지은 지하철답게 긴 터널을 뚫고 내려가야 한다.터널이 길어서 광고도 많다궁전인지 방공호인지진짜 소련때 굴렸던 듯한 디자인의 트램성 안드리 교회평화를 기도했지만.춥고 어두울 때는 미술관이다오페라도 싸게 볼 수 있던 도시여서 이틀동안 오페라와 발레를 봤다표값이 4천원이었는데 더 싼 자리도 있었다 처음에 본 오페라는 <나부코>였는데 이탈리아어 오페라에 자막이 우크라이나어라 쉽진 않았다.둘째날에는 카이사르(시저) 발레를 봤다. 대사가 없고 춤 위주라 전날보다는 그나마 나았다.드니프르 강강변의 지하철역이 신기하게도 터널 바로 앞에 있다드니프르!대충 강변북로쯤 되는 셈
우크라이나, 키이우, 성 미하일 황금 돔 수도원 St. Michael's Golden-Domed Monastery, Kyiv, Ukraine Михайлівський золотоверхий монастир, Київ, Україна 2019-01
2023년 2월 20일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와 미국 대통령 바이든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만났다. 이때 우크라이나 어딘가에서 러시아의 공습이 있어서 키이우에 공습 경보가 울리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당시에는 키예프였지...) 여행은 4년 전이었지만, 신기하게도 뉴스 사진을 보자마자 내가 갔던 곳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한번 간 곳, 웬만해선 잘 잊지 않는 것 같다.
바이든과 젤렌스키가 갔을 때는 날씨가 좋았나보다.내가 갔을 땐 눈이 쌓여 있었고 안개가 자욱했다.젤렌스키와 바이든의 회담 사진을 보고 장소를 눈치챌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정문 좌우의 벽화들 때문이었다.정문 오른쪽의 벽화가 인상적이어서 찍어뒀었는데, 바로 이곳!
사진을 보자마자 알아차렸다는게 신기했다.좌측의 그림은 2014년 유로마이단 사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내용이다. 2022년 러시아의 침공 그 이전에 있던 모든 일의 시작이 되는 사건이다.사실 이 사진에서도 기시감을 느꼈는데, 벽화가 업데이트되었거나...(ㅠㅠ) 또는 다른 장소이거나 둘 중 하나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