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주, 잘츠부르크

Salzburg, Salzburgland, Austria/Österreich

2020-02

 

 

모짜르트의 도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 잘츠부르크! 원래 계획에는 없었다. 방문 이유는 단순하다.

유럽 여행 도중 슬슬 유럽풍 도시에 질려버렸다. 그리고 뮌헨에 있을 때쯤이면 일정이 너무 루즈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나는 독특한 여행 취향이 있어서, 국경을 넘을 때마다 즐겁다. 그게 새로운 나라라면 더욱 그렇다. (이때는 오스트리아에 가본 적이 없었다.)

늘어져가는 내 여행에 충격을 잠깐이나마 주고 싶었다.

 

마침 Flixbus 어플을 보니 독일 뮌헨(Munich)에서 2시간 거리의 잘츠부르크를 왕복 10유로(편도 5유로씩)에 다녀올 수 있었다. 가격이 저렴한 표 답게 시간대는 안 좋았지만... 아무튼 가능은 했다.

 

그렇게 구상한 일정은 다음과 같았다.

 

6:30 뮌헨 ZOB 버스터미널 출발

8:30 잘츠부르크 South 도착(간이 버스정류장에 불과하다)

4시간 30분동안의 아주 짧은 여행

13:00 잘츠부르크 South에서 출발

15:15 뮌헨 ZOB 버스터미널 복귀

* 시간대와 일정이 구린 이유는 표가 저렴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택하지 않을 기행적인 일정이지만, 당시 내 생각은 이랬다.

"어차피 10유로에 박물관 미술관 가도 지루할 텐데, 그 돈으로 새로운 나라에 다녀오면 재밌지 않을까?"

그렇게 내 당일치기 버스 여행이 성사됐다.

 

*독일→오스트리아 국경은 입출국 절차가 없는 솅겐 지역임에도 버스를 세워서 여권 검사를 했다. 근데 내 여권을 공무원한테 먼저 내밀었더니 보지도 않았다. 그러고는 그는 뒤에 있던 (수상해보이는) 남자들 여권을 한참 보았다. 유독 버스만 국경에서 간혹 세워지는 것 같다.

플릭스버스를 타고 Salzburg South 정류장에 내린다. 버스를 탄다. 자주 온다.
캔맥주 0.5유로 마그넷 2유로. 독일보다 싼 여행 물가에 놀란다.
자고로 새로운 고장에 왔으면 가장 높은 곳을 가서 지형을 파악하는 게 도리다
정상은 오바고 중턱까지만 가보기로 했다. 저 멀리 알프스의 설산이 보인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미라벨 정원 인데... 추운 겨울이라 을씨년스럽기 그지없다. 이 프레임 그대로 영화에 나온다. 거기선 풀이 푸르다.
항상 느끼지만 유럽은 겨울에 오면 안된다. 축구팬 빼고.
음... 다리!
사실 국기가 아니면 독일인지 오스트리아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모짜르트 생가에 박물관이 있다. 거지+시간거지+음알못 이라 굳이 안 들어갔다.
음... 명동. 간판들이 특색있다.
오스트리아 답게 캥거루 드립이 빠질 수 없다
모짜르트 동상. 으 추워
성당은 성당이다
저 위에도 성이 있는데 여러모로 가진 게 없어서 눈으로만 봤다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이다
산성비 때문인지 동상에 유리를 씌워놓았다. 이렇게까지 보존해야 하나?
개인적으로는 이러는 것 보다 시원하게 비 맞추는게 낫지 않나 싶다.
터널 한번 으리으리하다
독일 뮌헨으로 돌아가는 길. 남부의 목가적 마을이 눈에 덮혀 있다.
킴 호수.

정말 항상 느끼지만 유럽은 겨울에 가면 안된다. 축구팬 빼고는...

낮도 짧고 춥다.

유럽에 겨울에 갈거면 알프스 이남을 가자

오스트리아, 빈(비엔나)

Vienna, Austria

Wien, Österreich

2022-07

 

 

오스트리아의 수도이자, 과거 유럽을 양분했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수도였던 빈(비엔나)

코로나 공백기(겸 군생활) 이후 처음이자, 나의 세계일주 첫 도시였던 곳이다.

비엔나의 거리를 걸으며, 이국적이고 낯선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것이었음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서술은 시간순이다. 첫날, 아랍에미리트를 경유해 비엔나에 도착하니 아침이었다.

오스트리아의 건축가, 훈데르트바서(Hundertwasser)의 집이자 박물관
독특한 외관이 마치 디자인 수업에 나올 것만 같다
프랑스의 부르봉 가문의 베르사유 궁전이 있다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는 합스부르크 가문의 벨베데레(Belvedere) 궁전이 있다.
오른쪽은 1차 세계대전 패전 협상이 열린 거울의 방이다. 벨베데레 궁전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곳. 
벨베데레 궁전 중 상궁(upper palace)은 미술관으로 쓰이고 있다.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의 '키스'가 유명하다. 나도 그림은 어딘가에서 보아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느낌이 색달랐다.  금박 장식이 조명에 은은하게 빛나 너무나도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 오디오가이드 빌리라는 구글 리뷰의 말에 5유로 내고 빌렸는데 손으로 직접 귀에 듣는 형식이라서 불편했다.

벨베데레 궁전을 떠났다.
첫날은 피곤해서 일정을 일찍 마쳤다.

 

둘째날, 시차적응 이슈로 5시에 눈이 떠진 탓에 오전 6시 30분에 일정을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아침 비엔나 거리가 날 맞이했다.
역시 아침 6시 40분의 사진이다. 유럽의 여름은 낮이 길어 좋다.
칼 성당 앞. 아침부터 조깅하고 자전거로 출근하는 빈 시민들

 

다음에 나오는 곳은 꽤 인상적이었던 방문지인, 2차대전 소련군 추모 기념물이다. 독일 베를린에서도 이와 비슷한 것을 볼 수 있었다. 2차대전 비엔나 함락 과정에서 희생된 소련군(!)을 추모하기 위해 소련 측에서 현지인을 강제 노동시켜 지은 기념물이다. 요즘 게임 용어로 '마패'라고 할 수 있겠다. 아래는 내가 실시간으로 썼던 여행기의 일부다.

 

 

탑 위에 소련군이 눈을 부릅뜨고 비엔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기념비 뒤의 벽이 우크라이나 국기 색상으로 칠해진 것은 분명히 흥미롭다.
대충 광화문 광장 같은 곳
지하철 출구 치곤 예쁘다
슈테판 대성당. 오른쪽 공사중인 첨탑에 적힌 STOP WAR와 우크라이나 국기 색상이 눈에 띈다.
하늘을 찌르는 고딕 양식
앙커우어 인형시계. 센스있다. 근데 딱히 관광객이 없었다.
아름답지만 푸르진 않은 도나우 강
살짝 중심부에서 벗어나서, Augarten이라는 공원에 왔다. 목적은 단 하나, 저 앞의 무식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보기 위해서였다.
2차대전때 독일군의 방공진지(대공포 진지)로 사용되던 곳이라고 한다... 이곳이 나에게 의미있던 이유는...
내가 불과 일주일전까지 강원도 산꼭대기 어딘가의 방공진지에서 군생활을 하던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꼭 이곳에 오고 싶었다.
앞서 나온 건축가 훈데르트바서가 설계한 쓰레기 소각장. 예쁜 디자인으로 주민 반발을 무마했다나..
태권도장이 보여 반가운 마음에.
낯선, 이국적인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었음을.
무알콜 라들러는 지구상에서 가장 애매한 음료다... 무알콜 맥주보다, 레모네이드보다 맛이 없으며 0칼로리인 것도 아니다.
다음 목적지는, 1시간 거리에 가깝게 위치한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였다.

 

빈(Vienna) - #1. 지리덕후(또는 언어덕후)라면 꼭 한번... 지구본 박물관 & 에스페란토 박물관

 

빈(Vienna) - #1. 지리덕후(또는 언어덕후)라면 꼭 한번... 지구본 박물관 & 에스페란토 박물관

오스트리아, 빈(비엔나) Vienna, Austria Wien, Österreich 2022-07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2022년 시작된 내 200일간의 세계일주 첫 도시는 비엔나였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단 그냥 가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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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중 따로 업로드하는 지구본 박물관 & 에스페란토 박물관. 빈에서 가장 즐겁게 시간을 보냈던 곳.

오스트리아, 빈(비엔나)

Vienna, Austria

Wien, Österreich

2022-07

 

 

2022년 시작된 내 200일간의 세계일주 첫 도시는 비엔나였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단 그냥 가보지 않은 도시였고 마침 저렴하게 나온 항공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곳에서 내 세계일주의 첫 챕터, 동유럽 여행이 시작됐다.

빈에서 간 곳 중 한국어 가이드북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이색적이었던 곳은 바로 이곳이 아닐까 싶다.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에서 세운 지구본 박물관(Globe Museum), 그리고 같은 건물에 이어져 있는 에스페란토 박물관(Esperanto Museum)이다. 예전에 지구상의 진기한 여행지를 모아놓은 '아틀라스 옵스큐라(Atlas Obscura)'라는 책에서 읽고 위치를 저장해둔 곳이다. (책 추천!)

 

지구본 박물관! 지리를 좋아하고 지도나 지구본 보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꼭 방문해야 할 곳이었다. 그리 크지 않은 박물관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이곳에서만 난 2시간을 보냈다.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끼워팔기 격으로 함께 있는 에스페란토 박물관도 둘러보았다. (두 박물관 통합 입장권을 5유로에 판다.) 예전에 스페인어를 배우던 시절 알게 된 인공어 에스페란토에도 어느 정도 관심이 있었기에 두 박물관을 모두 갈 수 있어서 즐거웠다.

 

에스페란토를 상징하는 깃발. 에스페란토는 폴란드의 자멘호프 박사가 1887년에 만든 인공 언어로, 세계의 공용어를 목표로 했다.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지만, 지금도 일부 화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박물관 통합 입구에서. 통합 입장권을 5유로에 판다.

 

주변 길거리는 이렇다.
나에게는 지구본 박물관이 메인이었기 때문에 애피타이저 느낌으로 에스페란토 박물관에 먼저 들어갔다. 1906년 에스페란토 총회를 알리는 포스터. 당연히 에스페란토로 작성되어 있다.
에스페란토 찬트 정도 되겠다. 대략 로망스어(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계통과 유사하다.

 

각종 에스페란토 기념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실 무형의 언어를 소재로 한 박물관이라 전시물 중 흥미로운 것이 엄청나게 많지는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서울에서도 에스페란토 총회(Kongreso de Esperanto)가 2번이나 열렸었다는 점?

에스페란토! 바벨탑을 다시 쌓는 것처럼 낭만 넘치는 이상으로 만든 언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배우기 쉽게 문법적으로 쉬운 언어라는 점은 흥미롭지만, 결국 사실상 사멸해버렸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어서 메인 디시인 지구본 박물관으로 향했다. 엄밀히 말하면 Globe(구) Museum이기 때문에 지구본 말고 하늘의 별자리를 나타낸 천구(cellestial globe) 도 있고 달본(?)이나 화성본(?) 등 행성을 나타낸 globe도 있다.

다음에 향한 곳은 지구본 박물관. 각 시대의 지구본들이 전시되어 있다.
과거의 지구본(좌)와 천구(우)
너무 좋은 분위기의 박물관이다
여기서 처음 안 사실: 천구는 구조적으로 2가지 종류가 있다. 대부분의 천구는 (가상의) 우주 바깥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천구이다. 즉, 천구에 가려 보이지 않는 '천구의 중심'에 지구가 있다. 근데 이렇게 되면 천구를 읽는 사람은 실제 지구의 관측자와는 반대로 뒤집어진 상을 보기 때문에, 이를 반대로 나타난 천구도 일부 있다. 전자의 대부분의 천구를 볼록하다(concave)고 하고, 소수의 뒤집어진 천구를 오목하다(concave)고 한다.
모든 지구본의 본초자오선이 영국 런던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났던 것은 아니다. 기준점이 프랑스 파리였던 때도 있었다. 위 지구본처럼 본초자오선이 세네갈 다카르(구대륙 본토의 서쪽 끝)를 지나는 지구본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세네갈 다카르의 서쪽 끝이 본초자오선 위치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유럽/아프리카 대륙 내에서 동반구와 서반구가 지저분하게 나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렇게 되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뉴질랜드가 동반구에서 서반구로 튀어버린다는 단점을 깨달았다.)

 

오스트레일리아는 New Holland라고 불렸다.
과거 지구본과 현대의 지도를 컴퓨터로 비교해서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여기서 한 20분 보냈다. 유럽쪽은 나름 정확한데 다른쪽은 개판이다.
너무 옛 지도라 읽을 수 있는 지명이 많지는 않았다.
Globe Museum 답게 달과 화성도 있다. 이런 걸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다. 월본? 화성본?
이곳은 지구본 백화점!
지리덕후로서 행복한 2시간을 보내고 나왔다.

지리덕후, 언어덕후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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