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쿤디나마르카 주, 보고타
Bogotá, Cundinamarca, Colombia
2017-02

 

나의 첫 라틴아메리카, 보고타

 

고등학생 때부터 나의 꿈은 남미 여행이었다. 나름 확고한 꿈이라 고등학교와 대학교 1학년 때 초급 수준의 스페인어도 배웠다.

그러던 2017년 2월, 인천-뉴욕 왕복 항공권을 아주 싸게 구한 덕에 미국과 그 주변국을 한달간 여행할 기회가 생겼다. 그래서 이때 처음으로 라틴아메리카 국가인 쿠바(Cuba)를 가보기로 생각했다. 마침 2016년 미국과 쿠바의 화해가 이루어져 쿠바 여행이 비교적 편해진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후 미국-쿠바 관계가 나빠져 2021년 미국은 쿠바를 테러지정국으로 지정한다. 내 쿠바 여행은 한정판 타임어택 여행이었던 셈이다.)

뉴욕에서 쿠바 아바나(Havana)에 가는 항공권을 찾던 중, 기묘한 항공권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뉴욕 JFK 국제공항에서 출발하여,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를 21시간 경유해서, 쿠바에 도착하는 항공권이었다. 북아메리카에서 북아메리카를 가는데, 남아메리카를 경유하는 신기한 노선이었다. 의외로 가격은 10만원 이내로 저렴했다! 콜롬비아의 대한항공 격에 해당하는 아비앙카(Avianca) 항공사의 노선이었는데도 말이다.

사실 쿠바는 라틴아메리카이긴 하지만 남아메리카는 아니지 않은가? 나는 항상 남아메리카에 대한 동경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남미를 잠깐이나마 체험해보자는 생각에 콜롬비아를 잠시 들르는 이 항공권을 선택했다.

보고타 엘도라도 국제공항 도착 시각은 오후 12:10, 그리고 다음날 출발 시각은 오전 9:25였다. 콜롬비아 치안에 대해 안좋은 말이 많았었고, 나도 이때는 중남미 여행이 처음이었기에 위험은 피하고 싶었다. 해가 지기 전 속전속결로 여행하고 다시 공항으로 돌아와 밤을 보내고자 계획했다.

콜롬비아의 국민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이 떠오르는 듯한 목가적인 풍경이다
이름도 찬란한 엘도라도 국제공항으로 입국해서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로 곧장 향한 곳은 해발고도 3190m의 몬세라테(Montserate) 산이었다. 보고타는 그 자체로 해발고도가 2600m으로 높은데, 몬세라테는 보고타 시내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수 있었다. 이때까지는 3000m 이상의 고산 지대에 가본 적이 없어서, 다른 곳은 못 가더라도 몬세라테만은 가고 싶었다.

참고로, 몬세라테에 관해 조사하던 중 몬세라테를 등산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는 글들을 많이 읽었다. 보고타의 치안이 안좋아서 등산로에서 총기 강도를 당할수도 있고, 시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고...

택시를 타고 곧장 몬세라테 산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향했다
알파카. 남아메리카에 온 것이 실감난다.
케이블카(스페인어로는 Funicular)를 타고 보고타 상공으로 향한다
중간중간 이국적인 식물들이 보이고
해발고도 3190m에 도착했다. 보고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몬세라테는 정상의 성당이 성지로 유명하다.
피부가 검다
성당 뒤에는 작은 시장이 이어진다
이어지는 산을 배경으로 기념촬영
왔으니까 한장

 

다시 보고타 시내로 내려와서, 구시가지를 탐험했다.

다채로운 색상의 상점들
3단 굴절버스가 신기해서 찍어봤다
사실 콜롬비아 치안에 대한 악명을 많이 들었고, 나도 중남미 여행은 이때가 처음이었어서 많이 쫄아있었다. 경찰을 보고 반가워서 한장.
그래피티도 신기해서 한장
저 뒤로 몬세라테가 보인다
낡은 빌딩들
콜롬비아 국기 모양의 옷을 입은 삐끼 누나가 눈에 띈다
황금 박물관(Museo del Oro)에도 가 봤다. 황금은 황금이다.
구시가지의 중심은 알파카도 있고 분주하다
기념품을 파는 원주민들
출출해서 엠파나다(남미의 전통 빵) 파는 가게에 들어갔다
왼쪽이 Empanada(엠파나다), 오른쪽이 Arepas de Huevo(계란 머시기)
책에서만 보던 스페인어 단어들이 많이 보여 신기하다고 사진을 많이 찍었
보고타의 중심 볼리바르 광장. 비둘기가 많다.
광장의 이름은 라틴아메리카의 독립영웅 시몬 볼리바르(Simon Bolivar)에서 따왔다.
카피톨리오 나시오날
볼리바르 광장 계단에 앉아 시간을 보내던 중 현지인과도 대화를 나누었다
저녁식사로 출레타(Chuleta)를 먹고
다시 택시를 타고 엘도라도 국제공항으로 돌아왔다. 캄캄해져서 무서웠지만 공항이라 안심했다.
밤을 보내며 처음보는 맥도날드 메뉴도 먹어보고
다음날 쿠바 하바나로 향하는 아비앙카 A319를 탔다
카리브 해의 에메랄드 빛 바다가 보인다

 

다음 도시: 쿠바 아바나(Havana)

페루, 푸노 주, 티티카카 호수, 우로스 섬

Uros Islands, Lake Titicaca, Puno, Peru

Islas de Uros, Lago Titicaca, Puno, Perú

2018-02

 

1. 이곳 원주민인 우로(Uro) 족이 콜럼버스 이전 시기부터 다른 부족의 공격을 피해 도망쳐서 이곳에 갈대로 인공 섬을 만들었다. 우로 족은 페루인들보다 피부가 검다.

2. 페루의 티티카카 호수 연안 도시 푸노(Puno)에서 투어를 통해 이곳에 올 수 있다. 우로스 섬만 가는 투어도 있지만, 나는 우로스 섬에 들른 후 아만타니 섬(Amantani Island)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타킬레 섬(Taqulie Island)를 여행한 후 다시 푸노로 돌아오는 투어를 선택했다. 투어 가격은 190 페루 솔(Sol)이었고 한화로는 6~7만원 정도였다.

3. 티티카카 호수 자체가 해발 3812m에 위치해서 여행 중 고산병 증세를 보일 수도 있다. 그래도 대부분 여행자들은 푸노에 오기 전 쿠스코(마추픽추) 또는 볼리비아를 들르기 때문에 이미 적응을 완료한 상태이긴 하다. 그럼에도 이곳은 아무리 급해도 걸어야 하지 절대 달려선 안 되는 곳이다.

 

쿠스코에서 푸노 터미널에 새벽에 도착해서 적당히 호객꾼에게 이끌려 주었다. 투어를 예약하고도 한참을 터미널에서 기다렸다.
티티카카 호수 지도. 가운데의 빨간 선을 경계로 왼쪽은 페루, 오른쪽은 볼리비아다.
대충 이런 배를 타고 3개의 섬을 향해 떠난다.
물 위에 떠있는 갈대섬의 모습이 신기했다.
옆에서 본 단면은 이렇다.
촌장 아저씨가 섬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해준다.
이런 물고기를 잡아먹어요~
전통 예술품을 설명해주기도 하고...
촌장 아저씨의 설명을 열심히 듣는 사람들
기념품 팔이는 빠질 수 없다
태양광 패널도 있다
이 동네 소수민족인 케추아(Quechua) 족 상징물
할머니들을 전통 의상 입히고 다양한 언어로 노래부르게 해서 팁을 받는데, 처절할 지경이었다.
사실 내가 본 부분은 너무 관광객을 위한 인위적인 부분 같아서 실망스럽긴 했다. 구글 맵에 나오지 않으니 이 섬이 얼마나 넓은지 알 수도 없고...
여기 섬 전체가 가짜인 것 같고 원주민들도 밤이면 푸노로 퇴근할 것 같다고, 투어에 함께한 프랑스 애들과 농담식으로 이야기했다.

 

아무튼 다음 목적지인 아만타니 섬을 향해 간다
아만타니 섬을 앞에 두고... 언젠가 나올 다음 글에서

사실 우로스는 너무 작위적인 것 같았고 아만타니가 더 좋았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라 봄보네라
La Bombonera, Buenos Aires, Argentina
2018-02

아르헨티나 1부리그 직관
보카 주니어스(Boca Juniors) 4-2 산 마르틴(San Martin)
@라 봄보네라(La Bombonera)

 

<예전에 페이스북에 쓴 글 긁어옴>

남미 축구일기2 - 우여곡절 많았던 보카 주니어스 홈경기 직관기
1편(우루과이)에서 대충 이어짐(아래 링크)

몬테비데오(Montevideo) - #1. 우루과이 최고 명문 나시오날(Nacional) 홈경기 직관


1. 보카 주니어스 홈경기는 비싸다. 
축구에 미친 아르헨티나의 국민팀이다. 아르헨티나 구단들은 입장권을 소시오(평생회원)에게만 파는데 보카 주니어스는 인기가 넘쳐서 소시오의 수가 경기장 규모를 훨씬 초과한다. 소시오 간에도 예매 경쟁이 심하다. 그렇기에 일개 여행객이 공식적인 루트로 표를 구할 방법은 없다. 암표도 가짜 티켓이 많아서 위험하다. 실제로 여행 전, 보카 홈경기 다녀왔던 사람들의 블로그 후기를 검색했을 때 위조 티켓에 속아서 10만원 이상 날린 사람들의 글이 종종 있었다...(홈경기 직관 후기인줄 알고 읽었는데 갑자기 홈구장 방문기로 끝남) 그렇다 보니 나름 안전한 루트를 찾았고, 결국 소시오에게는 2만원이 정가인 표를 덕지덕지 프리미엄 붙은 16만원이라는 가격에 구했다.

2. 보카 주니어스 홈경기는 좀 위험하다. 
보카 지역 자체가 빈민가이자 우범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동양인 혼자 밤길을 거니는 건 그 사람한테 권총강도 페티시가 있는 거라 보면 된다. 그래서인지 보카 지역을 대표하는 보카 주니어스의 홈구장 역시 위험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훌리건이 심해서 사람이 죽은 적이 있다고... 그래서 안전을 위해 사설 여행사의 축구 투어 프로그램이 있을 정도이다만, 투어에는 별 대단한 게 있는 게 아니다. 단지 입장권을 구해주고 경기장 오갈 때 차로 데려다주고 경기를 같이 봐주는 게 전부이다. 이걸 하려고 했더니 1인 20만원을 넘어가서...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인터넷에서 보카 주니어스 경기를 꼭 보고 싶어 하는 한국인 남자 3명을 더 찾았다. 남자 4명의 토탈 전투력이면 적어도 죽진 않겠지 하는 마음으로 카톡방을 만들고 돈 모아 표를 구해서 경기장에 투어 없이 가기로 했다. 넷 모두 인당 16만원이란 가격에 놀랐지만, 다들 돈이 많은 건지 나사가 풀린 건지 흔쾌히 돈을 모아 결제했다. 놀랍게도 이들 4명은 모두, 사전에 아무 논의도 없었음에도 보카 주니어스 유니폼을 어딘가에서 사서 경기 당일 입고 있었다. 축덕들이란... 다행히 유니폼을 입고 있던 덕에 사람들이 좋아해 주었고, 우리의 생존율이 높아졌다.
 경기장에 갈 때는 다들 탈탈 털려도 될 복장으로 갔다. 귀중품은 두고 갔고, 나는 특히 여행 막바지라 비장한 마음으로 핸드폰 SD카드도 빼고 갔다. 이때 6만원짜리 이과수행 버스표 예매했던 것도 어딘가에 빼 놨었는데 다시 못 찾는 바람에 나중에 터미널에서 멘붕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경기 전날, 안전한 낮에 보카 지역에 한 번 왔었다. 경기장 앞에서 유니폼도 샀다. 엠블럼에 별이 많으면 보통은 우승 횟수가 많다는 뜻이고 즉 명문 구단이라는 뜻이지만 얘넨 좀 과한 듯하다. 우리 우승 엄청 했어!!!!!!!같은 느낌
이것이 그 16만원짜리 티켓... 어디 구석진 곳에서 비공식적인 재판매원에게 중고 티켓을 받았다. 우리 4명은 티켓의 정가가 2만원도 채 안 되는 걸 알고 광광 우럭따 / 티켓 앞면에는 무려 보카 출신 마라도나가 있다
경기장에 들어가려면 이런 보안 검색을 4번쯤 거쳐야 한다. 물병, 라이터 등 웬만한 건 다 뺏긴다. 물병 가지고 들어갔다가 경찰관 아저씨가 보자마자 저 멀리 던져버려서 마음의 상처를...ㅠㅠ 마실 틈도 주지 않았다. 이래놓고 정작 현지인들은 라이터를 신발 안에 넣고 들어가서 안 걸린다. 그래서 관중석에는 담배랑 대마초 냄새가 계속 진동한다...
여기 있기 위해 16만원씩 들인 4명의 나사 빠진 사람들. 서로 아무 말도 안했는데 모두 유니폼을 입고 온 모습이다.
경기 시작 한참 전. 이 사진에서 스탠드(계단이라고 불러야 하나?)랑 난간이 보이는 게 아마 마지막으로 보이는 걸 거다. 사람이 들어차면 저 스탠드 한 칸마다 사람이 서 있고, 난간에도 사람이 올라가 서 있다(믿기지 않겠지만 가능). 그래서 안전을 위해 다들 앞사람 어깨에 손 올리고 경기 봄... 90분 내내 신체접촉을 안 한 적이 없었다.
경기 시작 한 시간 전쯤부터 응원이 시작된다. 난간에 옆으로 앉아서(떨어지면 최소 중상) 담배 들고 응원가 부르는 모습이 인상적. 이쯤에 화장실에 한번 용기 내 다녀왔는데 계단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인파에 밀리다가 3칸 정도 밀려 떨어졌다. 워낙 사람이 빽빽해서 아무도 넘어지진 않았지만... 압사의 위협을 처음으로 느꼈다. / 그리고 그 화장실은 정전으로 칠흑같이 어두웠다.

 

사람들이 이렇게 난간에 앉아 있다. 경기 시작 한 시간 전 쯤 물 뿌리는 중인데 이미 양쪽 골대 뒤 서포터석은 꽉 찼다. 아, 참고로 아르헨티나 1부리그에는 원정팬이 없다! 원정팬 받으면 종종 큰일 날 것 같긴 하다.
하늘이 예뻐서 찍음. 미세먼지 파티인 요즘 맑은 하늘이 너무 그립다.
뜬금 셀카. 인구밀도가 축구장인지 양계장인지 잘 모르겠다. 뒷사람이 날 자꾸 찍어눌러서 경기 내내 살기 위해 몸싸움을 해야 했다. 골 넣으면 실제로 한 두 칸씩 밀려 떨어졌는데... 이날 보카가 4골이나 득점해 좀 힘들었다. 그리고 한번은 옆에 아저씨 담배 꽁초가 내 다리에 스쳐서 식겁하기도 했고... 오기 전에는 경기장에서 사람이 죽은 적 있대서 신기했는데, 오고 난 뒤에는 지금까지 한 명도 죽은 적 없으면 그게 더 신기한 일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놀랍게도... 모든 사람들은 현재 서 있는 상태다. 아이는 목마를 타고 있다. 그리고 저 사람들은 난간 위에 서 있다. 이곳에서 오방천은 장식용, 뽀대용이 아니라 안전용이었다.
드디어 경기 시작!
선수들이 들어오니 응원 열기가 더 폭발했다. 감동받아서 울 뻔.

 

동영상은 경기 시작 한참 전에 찍었다. 경기 시작 후에는 뒷사람과 옆사람의 누르기 공격 때문에 도저히 동영상을 찍을 수 없었기 때문...

경기 사진도 하나쯤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넣음. 경기 얘기하자면 카를로스 테베스가 1골 1도움 해서 다행히 보카가 4-2로 이겼다. 정말 다행이었다. 후반 막판 3-1에서 3-2가 될 때 순간 갑분싸하길래 집에 못 가는 줄 알았다.

 

해가 지면 대략 이런 모습이다. 참고로 경기 시작 후에는 사진이 얼마 없다. 물리적으로 두 손을 위로 빼내서 카메라를 안 흔들리게 찍기가 상당히 어려웠기 때문..

 

밤의 분위기는 이렇다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주, 몬테비데오, 에스타디오 그란 파르케 센트랄 (경기장)

Estadio Gran Parque Central, Montevideo, Montevideo, Uruguay

2018-02

 

코파 리베르타도레스(Copa Libertadores; 주: 남아메리카 대륙 최고의 클럽대항전 - 챔스 격 위상) 직관

나시오날(Nacional) 1-0 반피엘드(Banfield)

@Estadio Gran Parque Central (Central Park Stadium, in English)

나시오날은 우루과이 명문팀, 반피엘드는 아르헨티나 중상위권 팀이다.

 

<예전에 페이스북에 쓴 글 긁어옴>

2011년의 나는 K리그에 온통 빠져있었다. FC서울 서포터로서 주말마다 경기장에서 응원하는 일상이 삶의 낙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믿었다. 
당시 내 관심사는 공부나 이성에 관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FC서울 경기에 다 따라갈 수 있을 것인지, 어떻게 죽여주게 멋진 응원을 할 수 있을 것인지였다.
그때 처음 유튜브로 남미 축구 클럽 서포터들의 응원 영상을 접했다. 아르헨티나의 보카 주니어스의 서포터즈, 인챠다스(Hinchadas)의 화려한 응원 영상이었다. 형형색색의 깃발, 천들과 함께 전 관중이 일어나서 응원을 펼치던 모습을 보며 경악에 가까운 놀라운 감정을 느꼈다. 다른 남미 구단 응원 영상도 찾아보며 그들의 강렬한 문화를 느꼈다. 남미의 불타는 축구장은 당시 응원에 미쳤던 내게 너무나 이상적인 장소였다.
그러고는 언젠가 남미로 꼭 가서 저걸 꼭 두 눈으로 봐야지 하는 꿈을 세웠다. 그 일환으로 2012년 고2가 될 때 학교 내신 제2외국어 과목으로 마이너했던 스페인어를 골라 책을 외울정도로 공부했고, 2014-1학기에도 스페인어 교양수업을 들어 열심히 했다. 언제나 내 마음 속에는 남미 축구여행이 꿈으로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사이에 FC서울과 K리그를 향한 내 열정은 상당히 사그라들었다. 2012~13년동안 공부한다고 경기장에 안 가는 바람에 열정의 단절이 생겨버렸다. 지금은 예전처럼 경기장에 매주 가지는 않으며, 가더라도 응원석에서 경기를 보지는 않는다. 예전의 내 마음이 불꽃이었다면 지금은 향불 정도 되는 듯하다.
그렇지만 예전에 품었던 그 꿈은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살아있었다. 그래서 남미 여행을 결정했다. 그렇기에 내 여행 계획의 중심은 사실 마추픽추도, 유유니도 아닌 아르헨티나 보카 주니어스의 홈경기였다.
이 경기는 보카 주니어스 홈경기는 아니지만, 우루과이 최고 명문 나시오날의 홈경기다. 일정이 맞아 운좋게 볼 수 있었다. 남미 경기장의 열정적인 축구팬들을 뜻하는 `인챠다스`라는 단어가 이 팀의 팬들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한단다. 한번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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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보카 주니어스 홈경기는 이번주 일요일에 간다. 표값이 무려 16만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비싸 잠시 고민했지만 내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 보카 주니어스는 특히 홈경기가 아주 아주 위험하다고 한다. 악명 높은 훌리건들이 실제로 인명피해를 낸 적이 있다고... 그래서 서로 얼굴도 본 적 없지만, 보카 경기를 정말 보고 싶어하는 한국인 3명을 찾아 단톡방을 만들어 돈을 모아 함께 연석을 결제했다. 나야 이게 여행의 제1 이유였으니 그렇다지만 솔직히 다른 분들은 대체 왜 16만원씩이나 주고 이 위험한 걸 보겠다는지 아직은 이해할 수 없다ㅋㅋ

<긁어오기 끝>

나시오날은 Club Nacional de Futbol의 약칭이다.

경기 시작 전부터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나시오날의 인챠다스들

홈팀 나시오날의 팬들. 90분간 응원가가 멈추지 않았다. 앞에 천막 쳐놓은걸 보면 이들에게 경기 보는 게 먼저인지 응원이 먼저인지 헷갈려진다. 색상 조합이 수원 삼성 팬들과 비슷하다.
스탠드를 가득 채운 나시오날 홈 팬들

 

아르헨티나에서 물 건너온 원정팀 반필드의 팬들. 얘네 응원도 장난 아니었는데 쪽수에 밀려 잘 들리지 않았다.. 아쉽

 

선수 입장 분위기

경기 시작!

 

축구팬끼리는 친해지기가 참 쉽다. 나 FC서울이라는 팀 팬인데 오늘 나시오날 응원하러 왔다, 같이 응원하자 하면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 참고로 전반전 0-0일때 서둘러 찍었다. 언제 실점해서 분위기 험악해질 지 몰랐기 때문...

 

경기 끝나고 심판들이 무장경찰 호위를 받아 라커룸으로 들어간다. 솔직히 딱히 판정에 크게 이상한 건 없어 보였는데.. 게다가 얘네 홈팀애들이 경기 이겼는데? 왜지? 그냥 일상인가..
FC서울 만세!

 

나시오날 응원 분위기가 달아오르면 E석 관중들도 응원에 동참한다.
막판 나시오날이 우세해지자 코너 플래그에서 시간을 끈다. 경기장의 분위기는 과열된다.

<이어지는 글>

부에노스아이레스(Buenos Aires) - #1. 우여곡절 많았던 보카 주니어스(Boca Juniors) 홈경기 직관기

 

우루과이, 말도나도 주, 푼타 델 에스테
Punta del Este, Maldonado, Uruguay

2018-02

 

 

한국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나라는?

 

다들 언젠가 정답이 우루과이라는 사실을 접했을 것이다. 더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우루과이 앞바다가 한국의 대척점이라고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 도시는 바로 그 우루과이 앞바다를 끼고 있는 해양 휴양 도시이자, 서울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도시 푼타 델 에스테이다. 서울에서 19,673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지구 반바퀴는 연역적으로 20,000km이니 서울과 푼타 델 에스테는 정말 거의 반대편에 위치한 셈이다.

그래서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우리 발 밑에, 거꾸로 뒤집혀서 사는 사람들의 도시에 관한 이야기이다.

-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Montevideo)에서 동쪽으로 차로 2시간 15분 거리에 있다.
- 몬테비데오도 해변이 있는 바다 도시지만 푼타 델 에스테가 휴양지로 유명하다.
- 1986년 한국 농민들을 울린 회담, '우루과이 라운드(Uruguay Round)'가 열린 도시다. 우루과이 라운드의 결과로 세계무역기구(WTO)가 창설되었다.
- '남쪽의 모나코', '대서양의 진주', 남아메리카의 마이애미' 등의 별명이 있다.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의 버스 터미널
왕복 버스표를 한번에 다 구매할 수 있다.
2시간 15분을 달려 도착한, 푼타 델 에스테 모습
우리 집에서 물리적으로 가장 먼 곳에 있는 맥도날드인 셈이다
우루과이 국기와 저 멀리 푼타 델 에스테의 상징인 손가락 동상이 보인다
푼타의 상징 손가락 동상
대서양의 진주라 불리는 도시의 해변
우루과이는 마리화나(가운데 나뭇잎) 합법 국가다
I Love PE여서 살까 했지...
미쳐버린 사장님은 지구 반대편에도 있었다
돌아가기 위해 푼타 터미널에 왔다

파라과이, 알토 파라나, 시우다드 델 에스테
Ciudad del Este, Alto Paraná, Paraguay
2018-02

 


아르헨티나 푸에르토 이과수(Puerto Iguazú)에서 이과수 폭포 여행을 마치고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시온(Asunción)으로 가는 여정이다. 파라과이 입국 루트는, 이번 글의 주제 도시인 시우다드 델 에스테(동쪽의 도시라는 뜻)이다.

어떤 사람들은 아르헨티나 쪽 이과수 폭포를 보고 다음날에는 브라질 쪽 이과수 폭포를 보기도 한다(역순도 있다). 하지만 나는 시간도 많지 않았고, 결국 이과수 폭포의 간판인 '악마의 목구멍(Devil's Throat)'이 아르헨티나 쪽에 있기 때문에 아르헨티나 쪽 이과수만 보고 파라과이로 향하기로 했다.

아르헨티나의 국경도시 푸에르토 이과수에서 파라과이의 국경도시 시우다드 델 에스테를 가려면 어쩔 수 없이 브라질의 도시인 포스 두 이과수(Foz do Iguaçu)를 거쳐야 한다. 반드시 국경을 두 번 통과하여 브라질에 입국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르헨티나에서 바로 파라과이를 가는 방법을 찾아봤는데, 아르헨티나의 푸에르토 이과수에서 파라과이 가는 버스를 타면 중간에 브라질을 버스가 무정차 통과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 방법을 선택했다.

여담으로, 원래 이과수 폭포는 파라과이의 영토였지만 전쟁으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게 빼았겼다. 그래서 그들의 영토는 이과수 폭포를 바로 앞에 두고 멈춘다.

아르헨티나의 푸에르토 이과수 버스터미널
아르헨티나 푸에르토 이과수에서 파라과이 시우다드 델 에스테로 가는 버스 티켓. 당시 물가로 40페소였다.
버스 시간은 1시간 45분 정도였(어야 했)다.
중간에 아르헨티나-브라질 국경에 도착하면, 버스에서 내려 아르헨티나 출국 심사를 한다. 브라질 입국 절차는 없이 그냥 통과한다. 사진 왼쪽은 브라질, 오른쪽은 파라과이.
브라질에는 정식 입국한 게 아니고, 포스 두 이과수는 무정차 통과하기 때문에, 버스 창문으로 브라질을 구경할 수밖에 없다.
생애 첫 브라질 방문! 광고판이 스페인어가 아니라 포르투갈어다.

 

브라질의 포스 두 이과수 도시를 통과해 이제 브라질-파라과이 국경에 도달했다. 파라나 강을 건너는 다리를 건너야 파라과이다.
정식으로 브라질에 입국하지 않았으니 출국 절차도 없다. 사진 왼쪽은 파라과이, 오른쪽은 브라질.

 

여기서 첫 번째 문제 발생. 대부분 남미 사람들은 국경을 서로 자유 왕래할 수 있기 때문에 입국 신고를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나 같은 외딴 동양인은 국경 Immigracion에 들러서 입국심사를 받지 않으면 불법 체류자가 된다. 그런데, 사전 정보를 조사하던 중에, 버스 기사에게 적극적으로 언급을 하지 않으면 기사가 Immigracion을 정차하지 않고 그냥 바로 터미널로 가버린다는 정보를 알게 됐다. 그래서 기사에게 여러 번 나를 국경에 내려달라고 말을 했더니, 이번에는 기사가 그냥 국경에 나를 버리고 떠나버렸다. (입국 도장 찍고 나서 알았다...)

 

원래 일정이라면 시우다드델에스테 터미널에 내려서 바로 아순시온 가는 버스를 탔어야 했지만, 뜻밖의 시우다드 델 에스테 시내 관광을 하게 됐다!
대체적으로 아르헨티나, 브라질보다 꼬질꼬질하고 지저분한 느낌이다. 위험한 것도 같다.
아르헨티나, 브라질에선 잘 보이지 않던 모습.
한참을 걸어 파라과이 아순시온 가는 차를 탔다. PRG 60,000대신 그에 상응하는 USD 12를 지불했다. 버스 소요 시간은 6시간.
버스를 타기 직전, 지나가는 행인과 부딪혀 핸드폰 화면이 깨졌다. 그래서 터치가 불가능해져서 이때부터 핸드폰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우습게도 볼륨 키를 꾹 누르면 카메라는 켜져서 사진은 찍을 수 있었다. 이제 여기서부터 웃픈 고난의 시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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